카카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사 파업이라는 미답의 영역 앞에 섰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0일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에서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가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낮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투표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조합원 500여명이 광장을 채웠다.
카카오지회 측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5개 법인에서 투표가 진행됐고 모두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 본사를 제외한 계열사 4곳은 이미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조정 중지는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커 추가 협의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조치다. 여기에 파업 찬반 투표까지 통과되면서 4개 계열사는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절차를 사실상 끝냈다.
만약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6월 10일 사상 첫 파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변수는 본사다. 카카오 본사는 지난 18일 경기지노위 조정에서 노사 합의로 조정 기일을 미뤘다. 그리고 본사 노사는 오는 27일 오후 3시 2차 조정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본사 노조 역시 쟁의권 확보 수순을 밟게 된다. 그 끝에 놓인 그림이 카카오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이다.
노사 갈등의 뿌리는 성과급이다. 카카오페이 노조원은 결의대회에서 4년 전 상장 직후 경영진의 주식 매도가 직원에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무너진 신뢰 속에서도 서비스를 만들어온 건 현장의 크루들이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직원과 나눌 결실은 부족하고 그 작은 결실마저 소수 경영진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카카오 노조원은 나아가 임기를 마친 대표가 고액의 보수를 받거나 특별한 활동 없이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지적했다. 임원에게는 2024년 재무 전략과 ESG 지표 달성률을 근거로 150%에 달하는 단기 성과급이 책정된 반면 직원 성과급 재원은 오히려 줄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노조가 지난해 카카오 영업이익의 13~15%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다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0% 성과급은 교섭 과정에서 거론된 여러 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한편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4대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경영 쇄신과 책임 경영, 고용 안정과 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보편적인 노동 환경과 복지 체계 구축이 담겼다. 서 지회장은 이번 요구안이 각 법인의 임금 단체협상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교섭 요구라며 세부 내용은 조합원과의 논의를 거쳐 구체화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연대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임금협약 교섭이 결렬된 5개 법인을 포함해 모두 12개 법인 노조가 참여했다. 네이버 넥슨 네오플 등 전국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소속 노조들도 연대에 힘을 보탰다. 카카오 노조가 만약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이들과 함께 대규모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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