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자협회·국립보건연구원 과학미디어아카데미우인옥 국립보건연구원 백신연구개발총괄과 연구관이 17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국립보건연구소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자협회 제공"팬데믹 발생 시 100일 안에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팬데믹 이전 단계에서 준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김도근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장은 17일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국립보건연구원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치명률 최대 75%에 달하는 니파 바이러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백신과 치료제는 없다.김 센터장은 이날 팬데믹 발생 후 100일 안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100일 미션'의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김 센터장은 "mRNA 플랫폼 준비, 백신 라이브러리 구축, 글로벌 임상시험 네트워크 구축 및 참여, AI 활용 백신 개발 이 네 가지가 핵심"이라며 "백신 라이브러리를 통해 임상 1상까지 미리 완료해두면 팬데믹 발생 시 바로 임상 3상에 돌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100일 미션은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제안하고 G7(주요 7개국) 정상들이 채택한 전 세계 공동 목표다. 한국은 아시아 지역 CEPI 바이오허브 역할도 맡는다.국립보건연구원이 이 전략의 실행 사례로 개발 중인 것이 바로 니파 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다. 니파 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발견됐다. 동물과 사람 모두를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동남아시아 일대에 서식하는 과일박쥐가 자연 숙주다. 박쥐 배설물에 오염된 야자수 수액이나 과일을 통해 돼지 등 가축과 사람에게 전파된다. 박쥐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면서도 죽지 않는 건 면역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는 바이러스 감염 시 면역 단백질인 '인터페론'이 급격히 분비돼 강한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만 박쥐는 낮은 수준의 인터페론이 꾸준히 분비되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과도한 면역 반응 없이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셈이다. "덕분에 박쥐는 죽지 않으면서 군집 내에서 바이러스를 계속 퍼뜨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달리 호흡기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감염 환자의 분비물과 직접 접촉할 때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난다. 가장 최근 인도에서도 니파 바이러스 감염을 모르고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 2명이 감염돼 1명이 사망했다. 초기에는 발열·구토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다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키고 1~2일 내에 사망한다.치명률이 높아 세계보건기구(WHO)는 니파바이러스를 국제 공중보건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최우선 병원체로 지정했다. 올해 초 인도 서벵골에서 다시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백신 개발의 핵심은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 방식을 차단하는 데 있다. 니파 바이러스는 두 단계로 세포에 침투한다. 먼저 바이러스 표면의 G단백질이 사람 세포 표면에 달라붙고 이어서 F단백질이 바이러스와 세포막을 융합시켜 바이러스 유전자가 세포 안으로 들어온다. 백신은 이 두 단백질을 면역계에 미리 인식시켜 실제 감염 전에 방어 항체를 만들어두도록 하는 원리다.우인옥 백신연구개발총괄과 연구관은 " 바이러스 구조와 최대한 유사하게 항원을 설계해야 실제 바이러스를 막아낼 수 있는 항체가 효과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연구팀은 세포에서 단백질을 직접 생산해 주입하는 재조합 단백질 방식과 단백질 설계도를 몸에 넣어 체내에서 직접 생산하게 하는 mRNA 방식 두 플랫폼을 국내 제약사 유바이오로직스·에스티팜 등과 협력해 개발 중이다. 동물 실험에서는 면역 반응이 유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백신 단백질은 몸속에서 구조가 유지돼야 면역 반응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백민경 서울대 교수팀과 함께 AI를 활용해 이 항원 단백질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설계를 최적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우 연구관은 "AI 최적화를 적용하지 않으면 단백질 구조가 깨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AI를 활용하면 구조가 더 안정적으로 나온다"고 말했다.남 원장은 "현재 AI가 항원 예측을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한다"면서도 "데이터를 계속 축적해 훈련시키면 다음 팬데믹 때는 훨씬 빠르게 더 좋은 항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은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하지 못하고 전량 해외에 의존했다. 남 원장은 "당시 국내에는 mRNA 관련 기술력이 없었고 일부 요소 기술의 특허권이 해외에 강하게 보호되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빠르게 따라잡아 발현체, 전달체, 캡 등 mRNA 백신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국내 대학과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특허 출원해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에서 mRNA 백신 국산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한 번만 성공 경험을 쌓으면 다음 팬데믹 때는 다른 나라 백신을 사오는 것이 아닌 국산 백신을 최대한 빠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연구팀은 올해 동물 모델 효력 평가를 시작으로 2027~2028년 안전성 평가와 2029~2030년 임상 1상 시험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국산 니파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백신 라이브러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치료제 개발은 항체 치료제와 항바이러스제 두 방향으로 진행된다. 백신이 G와 F단백질을 항원으로 활용해 예방을 목표로 한다면 치료제는 이 단백질들을 직접 차단해 감염 이후 확산을 막는 방식이다. G단백질을 겨냥한 항체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는 단계 자체를 차단해 감염을 예방하고 F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항체는 세포 침입 이후 확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G단백질 항체는 '인간화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다. 동물에서 만든 항체를 그대로 사람에게 쓰면 면역 거부 반응이 생길 수 있어 항원 결합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를 인간 유전자 기반으로 바꾸는 방식이다.F단백질 항체로는 '나노바디(nanobody)' 기술을 활용한다. 낙타과 동물인 알파카에서 유래한 초소형 항체로, 일반 항체의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해 생산이 쉽고 항원 접근성이 높다.김현주 신종바이러스매개체연구과 연구관은 "두 항체를 하나로 결합한 이중항체로 고효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현재 마우스에서 확보한 항체 3종이 니파 바이러스 말레이시아형에 대한 중화능(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능력)을 보인다는 것을 미국 최고 등급 바이오안전 실험실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최종 치료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2032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국립보건연구원은 백신과 치료제를 동시에 개발함으로써 다음 팬데믹에서는 예방과 치료 두 축을 모두 국산 기술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치명률 75% 니파 바이러스…"팬데믹 100일 안에 막는다"
김 센터장은 "mRNA 플랫폼 준비, 백신 라이브러리 구축, 글로벌 임상시험 네트워크 구축 및 참여, AI 활용 백신... 연구팀은 백민경 서울대 교수팀과 함께 AI를 활용해 이 항원 단백질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설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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