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빠르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모양이다.
그동안 벼른 탄핵에선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탄핵을 위한 빌드업 과정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정조사에서 대법원장의 위법·위헌을 입증해 탄핵 명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는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비상계엄을 비롯해 윤석열과 이재명 정권 들어 벌어진 사상초유의 일을 꼽자면 열손가락도 모자랄 정도이니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민주체제를 떠받드는 3축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이 입법부에 불려나가 추궁당하는 장면은 후폭풍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법원장이 소환에 응할 가능성도 낮아 보이지만 말이다.
조 대법원장의 정치개입과 권한남용을 확신하는 민주당은 국정조사에서 철저히 사실을 규명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헌정 훼손 수준의 중대 과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국정조사를 하지않으니만 못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여론도 대법원장에게 기우는 편이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대법원장 탄핵에 대해 응답자 45%가 반대하고 34%가 찬성했다.
중도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정조사라고 여론이 반전되겠는가? 검찰 보완 수사권에 이어 또 민심을 등져야 하다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만만찮다. 조희대 척결을 외치는 강경 지지층을 의식해 의사 표현을 꺼리고 있으나 `소탐대실'을 걱정하는 의원들이 다수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에서 이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대선 개압), 12·3 계엄 당일 심야 간부회의(내란 동조), 업무 추진비 전용,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내란 가담 의심을 산 간부회의는 이미 두차례 내란특검에서 무혐의와 각하 처분을 받았다. 2심의 무죄를 뒤업고 초고속 처리한 `파기환송과 대통령 인사권 침해 혐의를 받는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는 비판의 여지는 있으나 법원 고유권한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은 논쟁적 사안이다.
업무추진비는 국정감사 목록에까지 올리기엔 중량 미달이란 지적을 받는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정조사에서 승자가 되려면 제기한 의혹들을 확고부동한 진실로 진화시켜 탄핵의 동력이 될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업무추진비 털기에 급급했던 국정감사의 재판이 된다면 예상보다 호된 대가를 치를 것이다. 민주당이 조만간 띄울 예정인 문제의 `조작기소 특검 역시 여론의 외면을 받을 공산이 높다.
냉정하게 말해 대통령도 민주당도 승산이 불투명한 모험을 할 처지가 아니다.
당 지지율은 정권 출범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부동산, 물가, 일자리 등 민생 경제는 뒷걸음질의 연속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만 내수와는 동떨어지다보니 소상인과 일용직 등 서민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다.
국민은 비상계엄 이후 6건의 특검과 5건의 국정조사를 지켜봤다. 후련한 결론으로 국민의 속을 달래준 사례가 있었나 싶다.
주거난과 물가고, 취업난에 지친 서민들에게 이제 개혁적 언어들은 피로감만 키울 뿐이다. 대법원장에 대한 알맹이 없는 기나긴 공세가 민심을 얻지 못하는 이유이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내년 2월에 법원 인사가 있다. 인사 전에 조치를 취하는 게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자기 계보나 성향의 판사를 법원 요직에 배치하는 것을 막는 게 화급하다는 주장이다.
한 민주당계 방송 패널은 “얼마 안 있으면 임기 만료로 물러날 대법원장을 이렇게 집요하게 몰아세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에 “임기를 마치게 해주면 남아있는 대법관들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된다”는 취지로 답했다.
임기 전 하차시켜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정권에 고개를 들 제2의 조대희 출현을 막겠다는 의중이 엿보인다.
실제 타깃이 대법원장이 아니라 대법원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의 목적을 사법부의 월권을 견제할 사실 규명에만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3권분립 훼손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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