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반 철저한 도정 무게
현안 이슈화·판 확장 독보적
한 달여 지나 중앙 정치 논쟁
해법 강한 색채, 사회적 반발
추경·재정 개혁 해결 시험대
추미애 지사가 지난 9월 21일 오전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2026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행정가 추미애'로서의 정밀한 정책 집행력보다 '정치인 추미애'의 강렬한 존재감이 더 선명하게 각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임 직후 반도체와 재정, 주택, 경기북부 등 도내 핵심 현안들을 쉼 없이 공론화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및 검찰개혁 등 중앙정치 현안에서 던진 한마디 한마디가 전국적인 정치 쟁점으로 번지면서 도정의 세부 성과들이 상대적으로 묻혔다는 지적이다.
6선 국회의원과 당대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정치 구력'은 도정 운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복잡한 현안의 본질을 선명하게 규정하고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린 뒤, 정부와 국회까지 논의의 판을 대폭 넓히는 데는 독보적인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은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도의회와 31개 시·군, 도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다각도로 설득해 실질적인 정책을 집행하고 체감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 지사에게는 '정치인 추미애'의 강한 인지도와 존재감을 '행정가 추미애'의 눈에 보이는 성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남았다.
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민선 9기 추미애호의 출범 초반 행보는 도정에 철저히 무게가 실렸다. 추 지사는 지난 7월 1일 취임과 동시에 'K-반도체 혁신 대책'을 1호 결재로 선택했고, 취임 보름 만에 반도체 초격차 전략회의를 열어 관련 인허가 기간 단축을 주문했다. 이어 31개 시·군과의 협력적 동반자 관계 선언, 경기미래투자공사 펀드 구상, 경기북동부 3대 성장축(MRO·RE100·스마트팜) 발전전략을 잇따라 발표하며 속도감 있는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취임 한 달여 만에 중앙정치 메시지가 도정의 현장 행보를 덮기 시작했다. 추 지사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당대표 후보 지지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전면에 냈고, 전당대회 직후에는 당내 상황을 '자가면역질환'에 빗대면서 논쟁을 야기했다. 지난달에는 민주화운동희생자 추모제 현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검찰개혁을 거듭 촉구하며 또다시 중앙정치의 한복판에 섰다. 도지사가 정책 현장을 구석구석 살피는 행보보다 중앙정치 현안에 던진 한마디가 매번 더 큰 파장을 부르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된 것이다.
도정 현안을 풀어가는 세부 방식에서도 '정치인 추미애'의 색채는 매우 짙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정 현안이다. 추 지사는 8월 초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 뒤 5465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추진했고, 나아가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법인세 일부 지방 이양 등 지방재정 구조개편이라는 거시적 담론으로 논의를 확장했다. 3기 신도시 문제에서도 광역교통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13개 제도개선 과제를 정부와 국회에 제시했다.
하지만 의제를 '키우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라는 평가다. 세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문화·체육·복지 분야 사업 축소에 따른 지역 사회의 반발이 거세졌고, 관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사퇴를 요구하는 도청원 참여자가 3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도민 삶과 직결된 도의회와의 협력 문제도 커다란 시험대에 올랐다. 5465억원 감액안을 담은 제2회 추경예산안이 민생예산 복원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지난달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추 지사는 당초 7일 예정됐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조차 추경안 처리 이후로 연기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지난 100일 동안 추 지사는 중앙정치 현안 속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존재감을 도정에서도 재확인시켰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구체적인 입법과 제도 개선, 그리고 도민이 실제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행정 성과로 바꿀 수 있느냐가 핵심 관건이다.
당장 지연되고 있는 추경안의 신속한 타결이 행정가로서의 첫 시험대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제기한 재정 구조개편과 3기 신도시 제도개선 등 거대 과제들이 실제 입법과 정책 변화로 매끄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행정가 추미애'로서의 역량을 온전히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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