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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청문리답]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동성로, 소비공간 넘어 일·삶·문화 잇는 청년공간으로"

류규하 중구청장이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과 청문리답 인터뷰를 하고 있다.

류규하 중구청장이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과 청문리답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의 청년(19~39세)은 지난해 말 55만9천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8%다. 대구시 9개 구·군 가운데 청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32.1%의 중구다. 한때 7만4천 명까지 내려갔던 중구 인구는 지난해 7월 27년 만에 10만 명을 회복했고, 20~39세 청년은 4년 사이 2만2천 명에서 3만2천 명으로 늘었다. 이 구에는 공장도 산업단지도 없다. 면적 7.06㎢에 도시철도 세 노선과 동성로, 서문시장이 있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대로 연재는 청년 비중이 가장 높은 중구에서 시작하고, 첫 질문도 그때 예고한 그대로다. 동성로의 활력을 거주와 일자리로 잇는 방법. 3선에 오른 류규하 중구청장을 11일 중구청에서 만났다. 약사로 시작해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친 그가 청년에게 건넨 글자는 참을 인(忍) 하나였다. 그 글자가 나오기까지 인터뷰는 먼저 동성로를 한 바퀴 돌았다.

△ 동성로의 활력을 거주와 일자리로 잇기 위해 이번 임기에 먼저 준비하는 것은.

“지금까지 동성로가 소비하는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청년이 일하고 사업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출발점이 동성로 관광특구다. 패션·뷰티·음식·관광의 강점에 AI와 빅데이터를 붙인 스타일테크 산업을 키우고, 유망 스타트업과 미취업 청년을 잇는 인턴십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실제 직무를 경험하게 한다. 주거도 같이 가야 한다. 청년이 주거비 때문에 중구를 떠나서는 안 된다. 중개수수료와 이사비, 월세, 청년사업자 임대료 지원을 연결해 직장과 집이 가까운 도시를 만들겠다.”

동성로, 대구 최초 관광특구 지정

교통·의료·교육·생활인프라 밀집

근대골목 등 역사·문화자산 풍부

지역 내 청년 비중도 32% 넘어

도시재생·재개발·재건축사업 결실

동성로 일대 1.16㎢는 2024년 7월 대구 최초의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그는 계획서보다 지도 위의 공사부터 짚었다. 대구시 동성로 르네상스 사업 가운데 대구역 앞 옛 대우빌딩 광장에서 CGV한일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옛 대우빌딩 전면광장은 대구시가 5억 원을 들여 쉼터와 버스킹 무대를 갖춘 청년광장으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 중이고, 12월 준공이 목표다. “위만 번듯하게 하고 바닥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 대구시에 바닥도 같이 정비하자고 건의했다. 젊은이들이 와서 뭔가 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교동과 동성로를 잇는 방안을 묻자 그는 횡단보도 하나를 꺼냈다. “국채보상로의 한일극장과 교동 사이에 횡단보도를 하나 놓으려고 계속 협의하고 있다. 그게 뚫리면 교동에서 동성로 골목으로 바로 이어지는 동선이 생긴다.”

공실 문제도 그가 먼저 꺼냈다. “온라인 판매가 워낙 많아지니 오프라인이 어려운 것이다. 사업성이 있어야 건물이 올라간다. 대구시에 용적률 완화를 건의해 뒀다.” 2020년 말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으로 상업지역 주거복합 건축물의 주거용 용적률은 중심상업지역 기준 최대 1천300%에서 450% 이하로 낮아졌다.

△ 그 전환을 떠받칠 중구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입니까.

“밀도다. 크지 않은 면적 안에 일자리와 교통, 문화, 의료, 쇼핑, 교육이 아주 촘촘하게 모여 있다. 도시철도 1·2·3호선을 다 쓸 수 있고, 동성로와 교동, 서문시장, 병·의원과 금융·문화시설이 걸어서 닿는다. 여기에 경상감영과 근대골목, 김광석길, 향촌동 같은 역사문화 자산이 있다. 청년이 모이면 새 문화가 생기고 새 가게와 기업이 생긴다.”

구 자체 집계(19~39세)로도 청년 비중은 31%를 넘는다. 민선 7기부터 이어진 도시재생과 재개발·재건축이 결실을 내면서 지난해 상반기 전입자의 절반 이상이 청년이었다. 그는 동성로를 세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대구백화점 앞은 20대 이하가 몰려 “토요일, 일요일이면 정말 청년이 많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종로 쪽은 그보다 나이 든 층이 찾고, 한동안 침체됐던 봉리단길은 새 가게가 들어서며 되살아났다.

△ 교대근무·프리랜서·장기 미취업·가족돌봄 청년 중 먼저 챙기고 싶은 대상은.

“어느 한 계층만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장기 미취업 청년이다.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자신감을 잃는 것이다. 채용정보 몇 개 알려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상담으로 자신감을 되찾고, 짧게라도 직무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취업이나 창업으로 이어줘야 한다. 첫 번째 작은 성공을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 청년들에게 실패와 재도전에 대한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책을 많이 보는 것이다. 요즘은 AI 시대니 그것도 많이 활용해야 한다. 거기에다 청년들이 참을 인 자를 배웠으면 한다. 그냥 화나는 것을 참는 게 아니다. 참다 참다가 정말 못 참을 때 참는 것, 그런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이 실패하더라도 흥분해서 부딪칠 게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 참고 살펴보고, 인내심을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때 제대로 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사업도 잘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책과 AI 다음에 온 세 번째가 인내였다. 실패를 피하라는 말이 아니라 실패한 뒤에 무엇을 하느냐에 관한 말이었다.

미취업 청년 일경험·취업 기회 제공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 등 연계

사업 초기부터 성장까지 전주기 지원

AI 접목 콘텐츠·관광상품 개발 추진

일자리 창출·청년 유입 확대 노력

△ 한 번 실패한 청년이 다시 시작할 기회가 중구 안에 있습니까.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다. 창업은 처음부터 성공하기 정말 어렵다. 시장을 잘못 볼 수도 있고 자금이 모자랄 수도 있다. 그런데 한 번 실패했다고 쌓은 경험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와 2030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사업모델을 다시 검토하고 컨설팅과 멘토링, 시제품 제작, 사업화까지 잇는 체계를 강화하겠다. 한 번의 실패가 청년의 인생 전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북성로 청년창업클러스터는 옛 공구골목에 청년 상가와 오피스, 교육장을 넣은 곳이다. 지난해 24개 기업이 참여해 매출 16억4천만 원, 신규 청년 채용 15명을 냈다. 민선 9기에는 이곳을 AI·AX청년창업지원센터로 고도화한다. 지금 대현프리몰 지하에 있는 청년지원센터 잇플은 2028년 동아백화점 2층으로 옮겨 AI를 접목한 교육·창업지원 공간으로 넓힐 계획이다.

△ AI로 사라질 일자리와 새로 생길 일자리는 무엇이며, 2년 안에 중구가 직접 실행할 사업은.

“단순 안내나 자료 입력처럼 반복적인 업무는 줄 것이다. 반면 AI로 콘텐츠를 만들고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디자인과 상권을 분석하는 새 직업은 더 생긴다. 중구는 오히려 유리하다. 문화, 관광, 의료, 상업, 외식이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AX센터는 AI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 청년이 AI로 실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도록 교육하고, 기술 바우처와 창업경진대회로 실제 창업까지 잇겠다.”

구청장의 직업관은 구체적이었다. “앞으로는 변호사가 인기 있고 의사가 인기 있는 시대는 지난다. 사람과 직접 맞닿아 있는 일들이 수익을 낸다. 설비, 이발, 미용 같은 것은 AI가 대신 못 한다. 미국에서는 머리 한 번 깎는 데 돈을 엄청 줘야 한다더라. 20년 뒤 무슨 직업이 성행할지, 그런 교육도 해야 한다.” AI 교육은 공무원부터 시작해 주민에게로 넓히는 중이라고 했다.

△ 청년 의견이 실제 사업을 바꾼 사례가 있습니까.

“청년정책을 공무원이 책상에서 다 결정해서는 안 된다.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직장·학업 때문에 오프라인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받아 온라인 활동도 공식 활동으로 인정하도록 바꿨다. 앞으로는 의견을 듣는 것을 넘어 청년이 일부 사업을 직접 제안하고 기획하고 결정하는 구조까지 만들고 싶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건 인내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하기보다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 필요

중구, 다시 도전하는 청년 위해

뒤에서 밀어 주는 버팀목 될 것

△ 마지막으로 중구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멈추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전쟁 때 전국에서 내려온 젊은 문인과 예술가들이 향촌동의 작은 다방에 모였다. 어려운 시대였지만 그곳에서 노래와 문학이 만들어졌다. ‘봄날은 간다’, ‘굳세어라 금순아’가 그렇게 나왔다.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다. 넘어졌을 때 왜 넘어졌는지 살펴보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이 다시 일어설 때 중구가 뒤에서 한 번 더 밀어주겠다.”

향촌동 다방은 누군가 문을 열어둔 자리였다. 그에게도 그런 자리가 있었다. 약국이다. “약사 하면서 구의원이 됐다. 약사회장을 잘 하려면 구의원을 하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하니까 재미있었다. 아픈 사람에게 약 주는 것하고 민원 해결하는 것하고 똑같다.” 구청장은 몹시 피로한 직업이라면서도 찾아오는 민원인은 열에 아홉 이상 만난다고 했다. “행정은 안 되는 건 이유와 함께 분명히 안 된다고 말해준다.” 약국 문을 열어두던 사람이 지금은 구청장실 문을 열어둔다. 동성로에 놀러 오는 청년은 넘친다. 횡단보도 하나를 놓는 데도 협의를 거듭해야 하는 곳이 도심이다. 참을 인은 청년에게 건넨 글자지만, 청년 도심 중구를 만들기 위해 그 한 글자를 가장 오래 쓰고 있는 사람은 어쩌면 그 자신이다.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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