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비중 높은 가전, 25% 관세 적용
전쟁으로 원가 부담 큰데 관세까지
"당장 손해 단언하기 어렵다" 반론도
자동차·변압기·의약품 영향은 적을 듯
시민들이 2일 서울역 대합실 TV에서 중계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박시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 등 금속 함량이 높은 완제품 가격에 관세 25%를 일괄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수출하는 국내 가전 기업들은 달라진 관세 영향에 따른 손익 계산에 분주해졌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6일부터 철강·알루미늄·구리를 포함한 가전 완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기존 함량 기준 계산이 폐지돼 전반적으로 우리 업계의 관세 산정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25%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일부 품목에는 관세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가전제품 판매 구역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에 대해 50%, 그 함량 분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기본 관세율 10%를 적용해왔는데, 금속 함량 기준 계산이 복잡해 완제품에 25% 일괄 적용으로 바꿨다. 철강·알루미늄·구리가 완제품 중량에서 15% 미만 비율이면 관세가 면제된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가전과 산업용 냉각장비 등 제품의 금속 함량은 대부분 15% 비중을 넘는다. 기업들은 이들 제품에 25% 적용이 될 거라 보고 손익 정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따져 보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이날 해외 법인 등과 바뀐 관세 방식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가전기업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철강 함량 비중에 따른 관세 부과에도 국내 가전 제품인 냉장고와 세탁기 등 일부 고가 프리미엄 제품은 미국 시장 판매 비중이 늘었다. 미국 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가를 올려 국내 기업의 경쟁력에선 문제될 게 없었다.
미국에서 만드는 완제품 제조 공장도 있다. 삼성전자는 세탁기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만든다. LG전자는 테네시주에서 세탁기를 제조한다. 또한, LG전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라 철강에는 관세가 부과되지만 상호 관세가 없는 멕시코 몬테레이와 멕시칼리 등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건조기 물량 일부도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멕시코 생산물량 관세도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할 수 없어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고율 관세가 장기화되면 위축된 가전시장이 더 악화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관세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 수요가 그만큼 줄어 시장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가전부문에 관세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자동차와 대형 변압기, 의약품 등 주요 대미 수출품은 당장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변압기 같은 전력망 장비는 미국 내 전력 인프라 수요를 감안해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25%가 아닌 15% 관세를 적용받는다. 한국의 주력 수출 의약품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도 최소 1년간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15% 품목 관세를 적용받는 자동차 역시 이번 조치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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