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 속에 ‘아이스큐브’ 구축
새로운 우주 관측법 개척한 공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남극 지하의 두꺼운 얼음을 이용해 ‘중성미자’로 불리는 독특한 입자를 추적한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프란시스 할젠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82·벨기에·사진)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할젠 교수가 연구한 중성미자는 독특한 존재다. 분명히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어떤 물체에도 충돌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버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인간과 동식물, 무생물은 물론 거대한 지구에도 중성미자가 관통하고 있다.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중성미자의 독특한 성질에 대해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유령 입자라고도 불린다”고 소개했다.
할젠 교수는 이 같은 중성미자의 존재를 연구하기 위해 매우 특이한 발상을 했다. 남극 지하에 두껍게 쌓인 얼음을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한 도구로 쓰자는 제안을 과학계에 했다. 이때가 1988년이었다. 그 뒤 할젠 교수를 중심으로 10여개국 과학자들이 구성한 공동연구진은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 1㎞에 이르는 거대한 남극 지하의 정육면체형 얼음덩어리, 즉 아이스큐브를 자연 실험실로 삼아 2011년부터 운영했다.
아이스큐브를 이루는 얼음은 무게만 10억t에 이르렀다. 깊이가 2000m가 넘는 이 얼음 속에 중성미자를 잡아내는 감지기 5000여개를 파묻었다. 이렇게 두꺼운 남극 지하 얼음은 다양한 광선과 입자를 가로막는 필터 역할을 한다. 그런데 단 하나, 중성미자는 이런 두꺼운 얼음이라도 여지없이 통과한다. 결과적으로 중성미자만 깔끔하게 검출할 수 있는 도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얼음의 덩치가 매우 거대하기 때문에 중성미자도 많이 잡아낼 수 있었다.
노벨위원회는 “아이스큐브 완공 직후 높은 에너지를 지닌 중성미자가 발견됐다”며 “태양계 외부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한 중성미자 역시 학계에서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중성미자를 연구하면 우주의 기원, 즉 빅뱅 이후 나온 고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 이후 어떤 물체에도 방해받지 않고 본래 모습과 성질을 보존하고 있는 중성미자를 우주의 먼 과거를 기록한 일종의 ‘일기장’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할젠 교수는 국제연구진을 이끌며 우리에게 경이로운 관측장비를 제공해줬다”며 “그의 끈기와 과학적 비전은 새로운 종류의 천문학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할젠 교수는 34년 만의 첫 노벨 물리학상 단독 수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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