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부두에 빼곡히 들어선 수출용 차량들과 자동차운반선 모습. 사진=경기평택항만공사
평택항 항만구역은 9천743만2천㎡ 규모로 여의도 면적 33배, 축구장 1만3천600여 개를 합친 크기다. 하지만 평택항의 진정한 가치는 덩치가 아니라 자동차 물동량 전국 1위라는 실적에서 나온다.
개항 초기 작은 무역항이던 평택항은 1986년 문을 연 뒤 40년 만에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과 함께 국내 5대 무역항으로 우뚝 섰다. 자동차 처리량 1위, 대중국 교역량 80% 이상, 여기에 항만배후단지 확장과 친환경 수소항만까지. 평택항은 지금도 변화를 거듭한다.
◇평택항 40년, 성장의 기록
1971년 만호 포구 모습. 이곳이 훗날 지금의 평택항으로 거듭난다. 사진=평택문화원(유갑목 씨 기증)
1986년 10월 31일 노르웨이 LNG 운반선 ‘골라 스피리트호’가 평택항에 처음 닻을 내렸다. 공식 개항을 두 달 앞둔 당시에는 유류를 다루는 돌핀부두가 전부였다. 같은 해 12월 5일, 평택항은 항만법시행령에 따라 공식 개항하며 무역항으로서 첫발을 뗐다.
1990년 호안 축조, 1992년 외항 동부두 4선석 안벽 공사가 이어졌다. 개발 방향은 1995년 4월 제1차 평택항기본계획을 거치며 자리를 잡았고, 1997년 2천785억 원을 들여 일반부두를 준공하면서 무역항 면모를 갖췄다.
평택항은 다른 항만과 출발이 달랐다. 부산이나 인천보다 100년 늦게 시작한 후발 주자지만, 국가 주도 대규모 개발 대신 지자체의 꾸준한 투자와 중국의 고속 성장을 발판 삼아 경쟁력을 키웠다.
2000년 11월 8일 평택과 중국·홍콩을 잇는 컨테이너선 취항한다. 사진은 축하 현수막이 걸린 모습. 사진=평택문화원
2000년대 들어 평택~홍콩, 평택~청도 항로를 잇따라 열었고, 이듬해 한·중 카페리 항로가 취항하며 국제여객터미널도 문을 열었다. 평택세관과 평택지방해양수산청도 차례로 들어섰다. 2001년 제2차 전국항만 기본계획은 평택항을 인천항과 함께 수도권 거점 항만으로 지정해 인천항의 체선·체화를 분산하고 대중국 교역 기지 임무를 맡겼다. 2004년에는 충남 당진항과 합치며 지금의 ‘평택·당진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2010년 자동차 수출입 처리량 1위에 오르고, 2012년 총화물 1억t을 넘겼다. 2013년에는 전국 31개 항만 중 총물동량 5위 항만으로 도약했다.
최근 3년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3년 연속 늘었고, 2025년 증가율(3.4%)은 국내 5대 항만 중 가장 높았다. 같은 해 부산항과 광양항 증가율이 각각 2.0%, 2.4%에 그치고 인천항(-3.2%)과 울산항(-13.4%)은 줄어든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개항 40주년과 경기평택항만공사 설립 25주년을 맞은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진다. 4월까지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늘어 수도권과 중부권 관문 노릇을 톡톡히 한다.
◇미래를 향한 확장
지난해 3월 개최한 평택·당진항 2-3단계 항만배후단지 개발사업 착공식 모습. 사진=경기평택항만공사
평택항 성장은 부두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물동량이 늘며 배후단지 개발도 속도를 냈다. 2011년 조성을 마친 1단계 배후단지는 경기평택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평택시가 힘을 보탰다. 분양률 100%를 달성했고, 13년 만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했다.
2016년부터는 개발 방식을 바꿨다. 해양수산부 공모로 ㈜경기평택글로벌을 2-1단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며 항만배후단지에 처음으로 민간 개발방식을 도입했다. 정부 돈을 쓰지 않고 민간 자본으로 2021년 착공해 2025년 10월 공사를 마쳤다.
지금 진행 중인 2-3단계에는 689억6천700만 원이 들어간다. 전액 자체 예산으로 22만9천93㎡ 규모로 조성한다. 이달 물류제조시설과 업무편의시설 분양 공고를 마치고 2027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2028년 12월에는 사업비 정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평택항은 친환경 항만으로도 변신한다. 지난해 11월 평택시는 현대차·기아·현대글로비스·경기평택항만공사·평택지방해양수산청과 탄소중립 수소항만 구축 업무협약을 맺었다. 평택항을 친환경 그린수소 항만으로 바꾸고, 수소 생산·공급부터 항만장비·충전소·벙커링까지 인프라를 갖춘다는 내용이다. 현대차가 수소사업을 총괄하고, 기아와 현대글로비스는 운송을, 평택시는 배관망을, 평택지방해양수산청과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제도와 행정을 각각 맡았다.
◇평택항이 나아갈 길
평택항만공사가 지난 3월 프랑스에서 열린 ‘MIPIM 2026’ 행사에 참가해 평택항 항만배후단지를 알렸다. 사진은 공사 관계자가 Geo Focus stage 세션에서 평택항 개발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경기평택항만공사
평택항은 더 먼 곳을 본다.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다양한 항로를 잇기 위해서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네덜란드 TOC EUROPE(유럽 최대 국제 항만 하역 전시회), 중국 청도와 위해에서 포트세일즈를 펼쳤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는 양포항 경제개발구와 업무협약을 맺어 협력을 다졌다. 올해 3월에는 세계 부동산 박람회 ‘MIPIM 2026’에 참가해 평택항 항만배후단지를 알리고, 공식 세션 ‘Invest in Asia’에 참여해 인지도를 높였다. 일본 오사카항만국, 중국 충칭까지 영역을 넓혔다.
김금규 경기평택항만공사장 직무대행은 “올해는 평택항 개항 40주년이자 평택항만공사 창립 25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지난 40년간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 수출입 항만으로 경제 발전에 기여한 평택항은 이제 새로운 전환점을 앞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항만 구축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으로 ‘글로벌 친환경 첨단 물류 허브’로 새롭게 도약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항만 운영을 넘어, 기술과 환경 가치를 더한 항만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이어 “항만공사는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며 “세계와 연결해 경쟁력을 갖추고,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평택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늘에서 본 평택항 부두 전경. 사진=경기평택항만공사
공사의 이러한 고민은 평택항이 마주한 시대 요구와 맞물린다. 화물을 얼마나 많이 처리하느냐는 더 이상 유일한 잣대가 아니다. 다음 40년을 위한 과제는 세계 바다를 항로로 잇고, 흔들리지 않는 물류망으로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뒷받침하는 일이다. 평택항이 지나온 여정은 이 거대한 도약을 이끌 단단한 토대다. 40년 전 첫발을 내딛던 LNG선 한 척처럼, 평택항은 오늘도 미래를 향한 항해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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