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수 전 포항뿌리회 회장.
민선 9기 포항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개최한 첫 현안업무보고회를 향한 시민들의 눈길이 뜨겁다. 새로운 시정 사령탑이 포항의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시민들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 때문이다. 특히 이번 보고회에서 박용선 포항시장 당선인이 시립박물관 등 문화·체육시설 건립 기조를 ‘행정 편의’에서 ‘시민 중심’으로 전환하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외곽 부지 대신 도심 내 이전 가능성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라고 주문한 대목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이는 수년째 방치된 ‘구 포항역 역사 부지’의 운명과 맞물려 포항의 지도를 바꿀 결정적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도시의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다. 그 도시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적 심장이자, 외지인을 불러모으는 강력한 앵커 시설(Anchor Facility)이다. 세계적인 명품 도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박물관을 도시 외곽이 아닌 시민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닿는 도심 한복판에 배치해 왔다.
가까운 일본의 오사카 시립박물관(오사카 역사박물관)이 대표적이다. 오사카성 공원 및 비즈니스 지구와 맞닿은 도심 속에 위치해 시민들이 산책하듯 들를 수 있고, 국내외 관광객들이 지하철역에서 내려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자랑한다. 영국의 대영박물관이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도시의 핵심 교통축과 녹지 공간이 만나는 도심 내 핵심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도심형 박물관은 압도적인 ‘시민 접근성’과 ‘연계 관광 효과’라는 거대한 장점을 갖는다. 일상 속에서 문화 복지를 누릴 수 있고, 주변 상권과 유기적으로 결합해 도심 경제를 활성화한다. 반면, 과거 일부 지자체가 부지 확보가 쉽다는 이유로 선택했던 외곽형 박물관들은 접근성이 떨어져 주말 일부 시간을 제외하면 ‘불 꺼진 건물’로 전락하기 일쑤였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행정 편의주의적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포항시가 검토해 온 도심 외곽의 시립박물관 부지는 원점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수년째 개발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치되어 온 ‘구 포항역 역사 부지’를 주목해야 한다. 이곳을 도시 공원과 연계한 시립박물관 건립 부지로 활용한다면, 포항은 민선 9기 시작과 동시에 역사에 남을 도시 대개조의 성공 모델을 쓰게 될 것이다.
첫째, 강력한 ‘도심 재개발 및 도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된다. 구 포항역 부지는 과거 포항의 중심지였으나, 역사가 이전한 후 구도심 공동화의 상징처럼 남겨졌다. 이곳에 대규모 녹지 공원을 조성하고 그 중심에 세련된 시립박물관을 앉힌다면, 침체된 중앙, 상도, 죽도 양학동 등 구도심 전반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청년들이 모여드는 일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주변 상권은 자연스럽게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둘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민 접근성’의 확보이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구 포항역 부지는 시내버스 노선이 집중되어 있고 도보 접근이 가능해,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문턱 없는 문화 공간’이 된다. 학교 수업 연계나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문화 산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셋째, 포항의 ‘도시 브랜드 제고’에 결정적 기여를 한다. 철강 도시라는 회색빛 이미지를 탈피하고, ‘생태 녹지와 문화가 어우러진 고품격 문화 도시’로의 체질 개선을 대외에 선포하는 상징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오사카 역사박물관이 오사카성 공원과 시너지를 내듯, 구 포항역 공원과 시립박물관은 포항의 새로운 거실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지 가치의 극대화와 최고의 활용성’이다. 방치된 금싸라기 땅에 공공성과 문화적 가치를 불어넣음으로써 땅의 사회적 가치를 몇 배로 끌어올릴 수 있다. 도심 내에 이만한 규모의 국공유지급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새롭게 돛을 올리는 민선 9기 박용선 시장 체제에 강력히 당부하고 요청한다. 전임 시정의 관성에서 벗어나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는 그 첫 약속을 과감한 결단으로 실천해 주길 바란다. 영일만대교의 속도전과 POEX의 파격적 다목적 공간 탈바꿈처럼, 시립박물관 건립 역시 포항의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 구 포항역 부지를 도시 공원과 시립박물관으로 통합 개발하는 결단이야말로, 시민 중심의 시정 철학을 증명하고 포항 구도심을 부활시킬 위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당선인의 혜안과 뚝심 있는 추진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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