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지난달 말 본격화한 뒤 국내 증시는 업종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고유가와 고환율 충격이 증시 전반을 짓누른 가운데 유틸리티와 건설은 오히려 상승하며 방어주 성격을 부각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지난달 말 본격화한 뒤 국내 증시는 업종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고유가와 고환율 충격이 증시 전반을 짓누른 가운데 유틸리티와 건설은 오히려 상승하며 방어주 성격을 부각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는 7.41%, 코스닥은 2.62% 각각 밀렸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포괄한 KRX 업종별 흐름을 보면 자동차가 18.61%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이어 철강 14.98%, 에너지화학 10.79%, 헬스케어 7.95%, 기계장비 7.03%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낙폭 상위 업종은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 원·달러 환율 상승, 운송 차질 우려가 한꺼번에 겹치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표 종목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23.29%, 기아는 18.00%, POSCO홀딩스는 16.83%, LG화학은 25.75% 각각 떨어지며 코스피 평균 하락률을 크게 웃도는 낙폭을 기록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동전쟁 우려로 자동차 업종 주가가 큰 폭 하락했다"며 "갈등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운임·물류 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금리 인하 지연과 글로벌 경기 위축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도 "중동전쟁 발발 후 운임 상승으로 철광석 가격이 강세를 보인다"며 "내수 가격은 반등했지만 수급 개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틸리티와 건설은 상승했다. 유틸리티는 12.58%, 건설은 9.14%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등 필수 인프라를 공급하는 유틸리티는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흔들리는 대표적 방어주로 꼽힌다. 다만 업종 내에서도 온도차는 있었다. 한국전력은 15.98%, 한국가스공사는 8.50% 하락했지만, 재생에너지 대안 부각 속에 SK이터닉스는 107.99%, SGC에너지는 24.01% 급등했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중동사태 장기화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유틸리티 같은 방어 업종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주는 반도체 등 다른 주력 업종보다 앞선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데다 원전 수주 기대가 살아 있다는 점이 버팀목이 됐다. 특히 미국 원전 투자 수혜주로 거론되는 대우건설은 이달 3일부터 20일까지 88.46% 급등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국내 산업계 부담이 누적되고 있지만 건설사는 코로나19 시기 저수익 현장 종료 이후 신규 수주 침체기를 거쳤던 만큼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다만 앞으로 발주처와의 공사비 협상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민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기자재 수급이나 안전 문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며 "전쟁은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해 계약상 추가 비용 책임이 크지 않은 만큼 비용 부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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