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독성·초저온·무반응성 등 다른 소재로 대체 불가
범용 반도체 가격 오르면 완제품 가격 도미노 인상
공급은 유지되겠지만 가격 인상 부담 해소는 과제
[아시아타임즈=박요돈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로 한국 산업계 전반의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 핵심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장기 재고 비축과 공급망 다변화 등을 근거로 생산 중단과 같은 '헬륨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지만, 헬륨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된 선박. (사진=연합뉴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헬륨은 대체가 불가능한 핵심 소재다. 특히 미세 공정에서헬륨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헬륨은 고온으로 달아오른 웨이퍼 냉각, 플라즈마 공정 제어, 불순물 세정, 가스 누출 탐지 등에 쓰인다.
헬륨은 색, 냄새, 맛이 없으며 인체나 환경에 해를 끼치는 독성도 지니지 않는다. 다른 원소나 화학 물질과 반응하지 않는 매우 안정적인 영족기체라는 점도 반도체 공정 내 활용도를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알려진 모든 물질 중 끓는점이 영하 268.9도로 가장 낮다는 초저온 특성을 지녀, 반도체 공정 내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열을 식히는 데 독보적인 냉각 효율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정 내 핵심 소재임에도 헬륨은 인공적인 합성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자원이다. 천연가스(LNG)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형태로 소량 추출만 가능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한국은 헬륨 수급의 절반 이상을 중동 국가인 카타르에 의존하는 공급망 구조를 유지해 왔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헬륨 생산국으로 글로벌 헬륨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카타르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동 사태가 발발하자 헬륨 가격은 즉각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헬륨 현물가는 전쟁 발발 이후 1주일 사이 50%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헬륨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기업들이 제품 가격 상승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범용 반도체 분야가 원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타르를 통해 많은 물량을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가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칩 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완제품 가격도 도미노처럼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모리 공급 병목현상으로 인해 칩플레이션 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원자재인 헬륨 가격 인상분까지 제품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제조사에 미치는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장기적 비축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한 덕분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헬륨은 장기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공급망 관련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4~6개월 분량의 재고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헬륨 재활용(리사이클) 설비 가동도 수급 방어력을 높인다. 반도체 공장 내부에서 가동되는 리사이클 효율성은 75~9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자체 정제를 통해 일정 부분 공정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다.
카타르 외에 미국, 알제리, 호주 등 대체 생산국을 확보해 공급망 다변화도 이룬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기업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생산 차질이나 공장 가동 중단까지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원가 부담 해소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자체는 유지되겠지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지정학적 위기가 길어질 경우 헬륨 가격 상승이 반도체 제품 단가를 올리고 최종 세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