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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치적이지만 분노하지 않아…구자하, 입센의 자유 정신 계승”

노르웨이 정부가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이름을 따 2007년 제정한 국제입센상은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2년에 한 번 수상자를 선정하며 ‘연극계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국제입센상 군힐드 킬데 사무국장

국제입센상 군힐드 킬데 사무국장

노르웨이 정부가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이름을 따 2007년 제정한 국제입센상은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2년에 한 번 수상자를 선정하며 ‘연극계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공연예술가 구자하가 지난 3월 아시아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지난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극장에서 상금 250만 크로네(약 3억5800만 원)를 받았다.

국제입센상의 군힐드 킬데 사무국장은 14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구자하는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예술가”라며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기보다 연민과 따뜻함으로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구자하의 연극은 매우 정치적이지만 분노하거나 공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유머가 있고 희망을 이야기한다”고 평가했다. 킬데 사무국장은 ‘2026 서울아트마켓(PAMS)’ 참석을 위해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지난달 국제입센상 시상식에서 구자하가 수상 직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입센상

구자하는 연극 연출가이자 작곡가, 영상예술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 현재 벨기에 겐트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영상, 로봇 등을 결합한 독창적인 공연 형식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작인 ‘하마티아 3부작’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영향을 추적한다. ‘롤링 앤드 롤링’(2015)은 영어 발음에 집착하는 한국 사회를, ‘쿠쿠’(2017)는 말을 하는 전기밥솥을 통해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다뤘다. ‘한국 서양연극 100년사’(2020)는 서양 연극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한국 전통연극이 밀려난 역사를 되짚는다.

킬데 사무국장은 “국제입센상은 입센의 작품 세계를 계승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그가 추구했던 진실과 자유의 정신을 오늘날 구현하는 예술가에게 주는 상”이라며 “기존의 권위와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구자하는 바로 그 정신에 부합하는 수상자”라고 강조했다.

구자하의 실험적인 무대 형식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구자하는 영상예술가이자 작곡가로 여러 장르를 결합해 자신만의 공연 언어를 만들어낸다”며 “특히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연극을 보여준다”고 했다.

올해 심사위원회는 대립을 넘어서는 연극의 역할에 주목했다. 킬데 사무국장은 “양극화와 갈등이 심화하는 시대에 심사위원들은 더 크고 요란한 목소리 대신 공감과 친절함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예술을 찾았다”며 “구자하의 작품은 서로 다른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생각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킬데 사무국장은 한국 공연예술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K팝과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까지 이어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 연극에도 세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국립극장의 국제교류 업무도 맡고 있는 그는 “우리 극장에서도 한국 공연예술을 더 깊이 알아보고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방문에서 한국의 다양한 공연을 직접 살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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