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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동료 사망 목격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심리지원보다 빨랐던 신병인계

동료 죽음을 목격한 이주노동자가 심리상담도 받지 못한 채 출입국기관에 넘겨져 이틀 사이 통영에서 창원을 거쳐 전남광주 여수로 옮겨졌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남에서 사고 목격자의 심리 지원보다 신병 인계와 이송이 먼저 이뤄졌다.

동료 사망 목격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심리지원보다 빨랐던 신병인계

HSG퍼셸 사망사고 목격한 이주노동자

이틀 새 창원 거쳐 전남광주 여수로 이송

노동부, 초기 대응 지침에도 뒤늦게 협의

경남 고용허가제 노동자 전국 두 번째

“데려올 때는 언제고 미등록 이유로 외면”

출입국기관 “상담·치료 적극 협조하겠다”

통영시 안정국가산업단지 전경. /통영시

동료 죽음을 목격한 이주노동자가 심리상담도 받지 못한 채 출입국기관에 넘겨져 이틀 사이 통영에서 창원을 거쳐 전남광주 여수로 옮겨졌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경남에서 사고 목격자의 심리 지원보다 신병 인계와 이송이 먼저 이뤄졌다.

베트남 국적 하청노동자 ㄱ(25) 씨는 20일 통영 HSG퍼셸 사업장에서 동료 ㄴ 씨가 쓰러지는 사고를 목격했다. 배관 내부를 청소하던 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

22일 자 11면 보도

ㄱ 씨는 통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미등록 체류 사실이 확인돼 사고 당일 저녁 출입국기관에 넘겨졌다. 창원으로 옮겨진 ㄱ 씨는 하루 만에 다시 여수 외국인보호시설로 이송됐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통영출장소 관계자는 23일 “통영출장소에는 보호시설이 없어서 사고 당일 창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도 전문 보호시설이 아니어서 여수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이 시설 사정을 이유로 신병을 넘기는 동안 목격자 심리 상태를 살피는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이 심리 지원을 위해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연락했을 때는 ㄱ 씨가 이미 여수로 옮겨진 뒤였다. 통영지청 관계자는 “미리 연락이 왔으면 며칠이라도 데리고 있으면서 상담까지는 받았을 텐데, 보내고 난 다음에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치료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출입국기관에 협조를 구해 심리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출입국기관이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올해 1월 마련한 ‘사업장 중대재해 트라우마 대응 지침’에 사고 목격자와 하청을 포함한 동료 노동자를 지원 대상으로 명시했다. 가급적 사고 직후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노동부가 전담 감독관을 지정하고 안전보건공단·직업트라우마센터와 역할을 나눠 심리 지원에 나서도록 했다.

당사자가 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설명만으로 초기 대응의 공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노동부가 지침에 따라 목격자 상태를 살피고 상담을 안내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동료 죽음을 겪은 노동자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기보다, 경찰 조사와 출입국기관 인계 과정에서 지원을 연결하는 조치가 필요했다.

출입국기관은 상담과 치료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상담 결과 치료가 필요하면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보호 일시해제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영지청과 여수 측이 다음 주 초 상담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은 산업현장 일손을 이주노동자에게 크게 의존하는 지역이다. 김위상(국민의힘·비례)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경남의 고용허가제(E-9) 체류 노동자는 3만 4003명이다. 경기 10만 4505명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전체 28만 7424명의 11.8%가 경남에 머문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려고 외국인력 도입 절차도 줄여 왔다. 2023년에는 도입 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창원·거제 등에 비자 특별심사지원인력을 파견했다.

일손을 확보할 때는 정부기관들이 함께 도입 절차를 서둘렀지만, 사고를 겪은 노동자의 심리 지원을 위한 연락은 이송보다 늦었다. 지역에 머물며 상담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기에 앞서 시설 사정에 따른 이동이 이어졌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중대재해 목격자의 트라우마 문제가 오랫동안 제기됐고 관련 정책도 변화해 왔지만, 정작 보호받아야 할 이주노동자는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이주노동자를 데려올 때는 언제고, 동료 죽음을 목격한 노동자를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외면해서야 되겠느냐”며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방치되고 배제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 인간으로 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종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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