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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청년 관점의 '양극화' 해소 정책 마련해야

지난 3일 지방선거를 계기로 청년들의 정치 활동이 활발해졌다. 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고, 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항의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청년의 보수화’로 평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정인호 객원기자칼럼] 청년 관점의 '양극화' 해소 정책 마련해야

지난 17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참정권 침해 대응을 위한 총학생회 연대행동 관계자들이 투표 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지방선거를 계기로 청년들의 정치 활동이 활발해졌다. 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고, 투표 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항의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를 ‘청년의 보수화’로 평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오히려 ‘공정’에 대한 요구,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 세력’에 대한 요구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전체 인구 중 20대는 11.4%, 30대는 13.6%로 합쳐서 25.0%에 불과하다. 따라서 유권자로서 이들의 비중은 낮다. 더구나 아직 학생이거나 직장에서도 말단에 있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정치권은 이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중∙장∙노년층의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기성 세대에 비해 자신의 처지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차에 전망마저 어두우니 조용히 있기 어렵다. 이들의 움직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적당히 사탕발림으로 넘기려는 것은 부당하다. 마땅히 원인을 깊이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먼저 청년들의 처지를 살펴보자. 일단 취업이 어렵다. 일자리는 있지만 좋은 일자리는 많지 않다. 이는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가 양극화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시간이 갈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벌어진다.

더구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경력직 위주로 수시 채용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기업이 ‘갑’이 되면서 학생들에게 각종 스펙을 요구하며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마땅히 기업에서 제공해야 할 교육이 학생들의 부담이 되고 취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점차 길어진다. 포기하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가게 되면 미래가 어두워진다. 인공지능(AI)의 확산에 따라 기업이 채용을 줄이고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재앙이다. 자산 보유액의 격차가 벌어질 뿐 아니라 결혼도 어렵다.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얻고 집을 산다면 이번에는 빚더미에 눌려 살게 된다. 소비를 극도로 억제해야 할 뿐 아니라 자칫 실직이라도 하게 되면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앞날이 깜깜해진다.

자연히 부모 세대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부모들은 쉽게 대기업에 취업하고, 비교적 싼 가격에 집을 장만하고, 집값이 올라 자산도 늘면서 좋은 세월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부족하지만 연금 혜택도 누린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개혁을 보니 부모 세대에 유리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연금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2007년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낮추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해 여야 합의로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려버렸다. 부모들이 다 가져가 버리고 자신들 차례가 오면 기금이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깃든다. 이것이 세대 갈등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거품 붕괴 후 극심한 취업난이 찾아왔다. 2000년대 초반 경기가 다소 회복될 때까지 사회에 나온 청년은 1700만명가량 된다. 이들은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때우거나 아예 부모에게 기대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자칫 지금 우리 청년 중 상당수가 이런 처지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다.

청년 문제의 상당 부분은 양극화에 기인한다. 모든 청년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금수저를 위시한 중상층 청년들은 명문 대학을 나와 전문직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업한다. 이들은 많은 연봉을 받고 쉽고 빠르게 자산을 축적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 중상층 청년들의 부모들은 고소득·고자산 계층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들은 경제력을 통해 자식들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이 높다. 강남 및 한강 일대 등 부촌에 모여 사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이며 다수 주택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얻은 주택을 자식들에게 증여한다. 증여세를 내야 하겠지만 자식들은 고가의 주택을 보유하게 되며, 더구나 그 주택 가격은 더욱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속하지 못한 청년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를 부추겨왔다. 경기 진작과 공급 증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분양가 인상을 용인하며, 다주택 보유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금융기관의 대출을 촉진했다.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했다.

부동산 매수 여력이 떨어지자 각종 정책 대출로 구매를 독려했다. 신혼 부부 및 신생아 특례 대출 등의 이름을 붙여 마치 저출산 대책인 것처럼 포장했다. 강남에 재건축해 봐야 멸실 효과 때문에 집이 크게 늘지도 않고 집값만 올라간다. 집값 상승은 서울의 다른 지역 및 경기로 확산된다. 그러면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진다.

서울 요지의 재건축 활성화는 그곳에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물론, 다른 지역의 주택 보유자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표를 노리는 정치권에서는 다주택자를 포함한 유주택자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고 오히려 호응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청년들에게는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니다.

양극화는 자산과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시스템은 이를 교정하지 못한다. 청년들의 입장에서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계층이 형성되고 굳어지는 과정에 있다. 상위 계층은 이를 유지하고 더 강화하려고 한다. 수월성 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우수한 학교, 질 좋은 과외로 자녀들을 명문 대학에 보낸다. 전문직은 라이선스를 통해 수를 통제하고 독과점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대기업은 그만 못하지만 상당한 연봉과 안정성을 제공한다. 상위 계층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하고 그것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사법 시험을 철폐하고 로스쿨을 도입함으로써 가난한 학생이 법조인이 되고 정치인이 되는 길을 차단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고 판을 뒤흔드는 것을 막는다.

청년들의 요구는 공정과 기회 균등에 대한 것이다. 지금 정부도 양극화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그런 예다. 그러나 주로 기성 세대의 양극화 해소에 집중되고 있다. 미래의 주역이 청년이라는 점을 간과한 점이 있다. 양극화 해소를 청년의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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