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보다가 생각난 이모... 다시 식사하고 사진 찍을 수 있었으면【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무주 산골 조용한 마을에 청년 세 사람이 떴다. 이름하여 . tvN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박보검이 이발과 염색하는 법을 배워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이상이는 네일 아티스트 자격증을 따서 손톱을 손질한다. 막내 곽동연은 형들의 일을 돕고 주방일을 맡아 먹거리를 책임진다.어르신들이 사는 조용한 마을에 청년들이 나타나자, 동네가 시끌벅적해졌다. 처음엔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쑥스러워 기웃거리다 돌아가던 마을 사람들이 하루이틀이 지나자 싹싹한 청년들을 보러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린다. 청년들의 이발소는 어느새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었다.13일 방송에서는 닷새 동안 열심히 일한 보검과 상이, 동연은 덕유산에 올랐다. 자신들이 없는 동안 마을 어르신들이 찾아올까 봐 언제든지 와서 쉬고 가라고 메모를 붙여 두었다. 이젠 청년들이 없어도 마을 어르신들이 이발소 사랑방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그런데 낯선 사람이 찾아와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한다.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윤남노 셰프다. 그는 성큼성큼 주방으로 걸어가 커다란 들통에 고기를 삶아 육수를 내더니 뚝딱 국밥을 끓여낸다. 주인도 없는 가게에 놀러 온 어르신들은 복스럽게 생긴 낯선 청년이 내미는 국밥을 받아 들고 흐뭇해한다.윤 셰프는 상을 차려놓고 제일 나이 많은 어르신부터 수저를 챙겨드린다. 첫 번째, 두 번째 어르신께 수저를 놓아드리고 남은 두 어르신 중 한 분에게 "막내시죠?" 하고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아니, 둘이 동갑이여." 남아 있던 한 분이 살짝 눈을 흘기며 말한다. "쟈가 막내 같지? 나는 더 어르신 같고?"어르신의 말에 당황한 윤 셰프는 "아니, 아니요"라고 말하면서 어설프게 손을 휘휘 저으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어르신들은 젊은 셰프를 놀려 먹느라 신이 났지만, 윤 셰프는 당황해서 얼굴까지 붉어졌다.20년 전 이모의 팔순 잔치에서 생긴 일나는 화면 속 어르신들을 보며 웃다가, 20년이 다 된 이모 팔순 때 일이 떠올라 '역시 그렇구나' 하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다.큰아들과 남편을 앞세워 보낸 이모는 팔순에도 잔치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그리곤 다른 사람들은 다 마다하고 평소 자주 오가던 우리 집 식구들과 밖에서 저녁이나 한 끼 하자고 하셨다. 나는 남편과 함께 딸 아들을 이끌고 사촌 언니 오빠들이 예약한 시내 유명 호텔 중식당으로 갔다.한동안 뵙지 못한 사이에 이모는 등이 좀 굽으셨지만, 여전히 정정하셨다. 선물로 준비한 한방 화장품 세트를 들이니 "네 덕에 주름이 없어지겠다"라며 활짝 웃으셨다. 회사는 잘 다니는지 아이들은 잘 크는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는데 누군가 잔치는 아니지만 다들 예쁘게 입고 왔으니, 기념으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우선 엄마와 이모 두 분이 먼저 찍기로 했다. 나란히 앉아 있던 엄마와 이모는 고맙다며 서로 손을 맞잡고 함박웃음을 지었다.그런데 카메라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이모가 엄마의 손을 슬며시 놓더니 몸을 뒤로 빼셨다. 엄마도 이모에게 뒤질세라 바로 몸을 뒤로 뺐다. 두 분은 조금이라도 얼굴이 더 작게 나와야 한다며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보다 못한 사촌 오빠가 몸을 한껏 뒤로 젖히고 두 분의 얼굴이 작게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드렸다.엄마와 이모는 일곱 살 차이가 난다. 팔순 언니와 일흔세 살 동생이 조금이라도 더 작고 예쁘게 나오겠다며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는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일흔이 넘고 팔순이 되어도 여전히 예쁘게 보이려는 두 분이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 그날 두 분은 세상의 풍파를 다 겪은 어르신이 아니라 갓 스물을 넘긴 아가씨들 같았다.그때 나는 마흔 초반이었고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와 다투느라 바빴다. 네 살 터울로 난 둘째는 초등학교 고학년이었지만 그때까지도 껌딱지처럼 내게 붙어 있었다. 엄마와 이모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평생 그 모습으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갈 줄 알았다. 그날의 일은 그렇게 작은 소동으로 끝나 버리고 나완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 여기며 살았다.하지만 세월의 힘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꼬맹이였던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적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산다. 그 녀석들에게는 더 이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도 엄마를 돌볼 겨를도 없다. 평생 젊은 엄마로 살 것 같던 나도 아이들이 품을 떠나자 어느덧 노년의 삶을 맞이할 때가 되었다. '신중년'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몸에서는 보내오는 노화의 신호는 드러나기 마련이다.스마트폰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종일 찾아다니고, 방금 내가 한 말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갱년기를 지나면서 건강검진은 필수가 되었다. 내과와 산부인과는 기본이고 심지어 안과와 피부과도 자주 들락거린다. 안과 의사는 노화로 망막에 주름이 졌다며 6개월마다 오라 하고, 피부과 의사는 내가 면역력이 떨어져 피부 발진이 사그라지지 않는 거라고 했다.젊어 보이고 싶은 나이가 되니그렇게 몸 곳곳에서 앓는 소리를 내지만 나는 아직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늘어가는 주름을 보면서도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면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길 간절히 바라면서 파운데이션을 여러 겹 꼭꼭 눌러 바르고 머리카락으로 이마를 가린다. 정장보다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에게 "넌 그대로다!" 소리를 들으면 일주일 내내 기분이 좋다. 조금이라도 피부가 까칠해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다. 텔레비전 화면을 돌리다가 주름을 줄여주는 화장품이라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눈길이 가는 걸 말릴 수가 없다.젊어 보이고 싶은 나이가 되니 에 나오는 무주 어르신들의 마음도 내 이모와 엄마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칠순 팔순이 넘어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허리는 굽어도 마음은 여전히 스무 살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어쩌면 나이 들어 갈수록 남들 눈에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더 강해질지도 모른다. 다 늙었는데 화장품이 무슨 소용이냐고 하면서도 아침저녁으로 주름을 줄여준다는 에센스와 아이크림을 하루도 빠짐없이 꼼꼼히 바른다.어느새 이모는 90대 중반을 넘어 100세를 바라보고 계신다. 두 해 전까지도 이모는 일곱 살 적은 막냇동생이 찾아오면 손수 밥을 해 주셨다. 그렇게 정정하시던 이모가 이젠 지팡이에 의지해 걷다가도 넘어지신다. 엄마는 온몸이 멍투성이가 된 이모를 만나고 올 때마다 속상해 하신다.내년이면 엄마가 구순이 된다. 엄마랑 이모 두 분 모두 당신 몸을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전처럼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하고 활짝 웃으며 사진 찍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겠다고 더 작아 보여야 한다고 아웅다웅하시는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다.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카카오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 나이 들어보니 알겠네
식사하고 활짝 웃으며 사진 찍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어지겠다고 더 작아 보여야 한다고 아웅다웅하시는 모습을 꼭 다시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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