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 임피면에 자리한 임피초등학교는 1906년 사립 보흥학교로 출발해 120년의 세월을 이어온 지역 교육의 산실이다. 독립운동가와 문학가, 학계와 정치·행정 분야의 인물을 배출하며 지역과 우리 사회에 발자취를 남겼다. 2026년 현재 누적 졸업생 6081명을 기록한 임피초의 연혁과 교육성과, 학교를 빛낸 동문들의 삶을 통해 농촌 소규모 학교가 지켜온 교육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1906년 사립 보흥학교에서 시작된 120년의 역사
군산시 임피면 동헌길 38. 임피초등학교의 역사는 우리나라 근대 교육이 자리를 잡아가던 1906년 2월 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공식 연혁에 따르면 임피초는 이날 사립 보흥학교로 출발했다. 이후 보흥학교와 흥영학교의 통합 등을 거쳐 사립 임영학교로 발전했고, 1911년 사립 임피보통학교로 이름을 바꾼 뒤 1912년 임피공립보통학교로 개편됐다. 근대식 교육기관으로서 체계를 갖추며 지역 인재 양성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개교 초기의 교육환경은 오늘날과 크게 달랐다. 학교에서는 수신과 국어, 일본어, 한문, 역사, 지리, 산술, 체조 등 당시의 교육과정을 가르쳤다. 농업 관련 교육과 보습교육도 이뤄졌다. 교육의 기회가 지금처럼 널리 보장되지 않았던 시기에 지역사회에 근대교육의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명을 바꾸며 명맥을 이어왔다.
1938년 임피공립심상소학교, 1941년 임피공립국민학교로 교명이 변경됐으며, 광복 이후 임피국민학교를 거쳐 1996년 3월 1일 현재의 임피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2006년에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었고, 2016년에는 개교 110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동문들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졌다.
임피초의 역사는 학교 담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임피향교와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이 학교 주변에 자리하고 있어, 지역의 전통과 교육이 함께 이어져 온 공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학교가 걸어온 120년은 단순한 시간의 축적이 아니다. 시대마다 교육환경과 학생들의 생활은 달라졌지만, 배움을 통해 지역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학교의 역할은 변함없이 이어져 왔다.
▲2026년 누적 졸업생 6081명…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진 배움의 발자취
임피초등학교가 배출한 졸업생은 2026년 현재 6081명에 이른다.
학교 공식 연혁에 따르면 올해 2월 7일 열린 제114회 졸업식에서 7명이 졸업했다. 이로써 학교는 누적 졸업생 6081명을 기록했다. 1906년 학교의 출발 이후 한 세기가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학생이 이곳에서 배움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졸업생들이 걸어간 길은 다양했다.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물부터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철학과 교육 분야에서 활동한 학자, 정치·행정 분야의 인사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와 시대에 영향을 미친 동문들이 나왔다.
이들의 삶은 임피초의 역사가 단순히 한 지역의 학교 연혁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한 졸업생들은 모교의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후배들에게도 도전과 성장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물론 학교의 가치를 유명 인사의 배출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민,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 것 역시 학교 교육의 중요한 성과다.
6081명이라는 숫자에는 사회적으로 이름을 알린 인물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일궈온 수많은 졸업생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임피초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은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을 배출했다는 사실이다. 독립운동가 이인식, 소설가 채만식, 철학자·교육자 고형곤, 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양일동 등이 임피초 출신 인물이다.
▲독서·토론에서 환경·체육교육까지… 교육의 내실을 다지다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라고 해서 과거의 전통에만 머물 수는 없다. 학생들의 생활환경과 교육 수요가 바뀌는 만큼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임피초는 학교 연혁에 기록된 연구학교 운영과 교육 관련 표창을 통해 교육의 내실을 다져왔다.
2009년에는 전라북도교육청 지정 교원능력개발평가 연구·시범학교로 운영됐으며, 2010년에는 독서·토론 관련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했다. 2014년에는 학교군 구성 운영사업 중심학교로 활동했고, 같은 해 공동통학구형 어울림학교로 지정됐다.
이러한 이력은 교원의 전문성 향상과 독서·토론교육, 학교 간 협력 등 다양한 교육과제를 학교 운영에 반영해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독서·토론교육은 학생들이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능력을 기르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지식의 습득뿐 아니라 의사소통과 비판적 사고를 함께 키우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2017년에는 환경교육 우수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았고, 같은 해 학교체육 활성화 우수학교로 장관 표창을 받았다. 환경과 체육 분야에서 학교가 기울여 온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학교의 교육성과는 시험성적이나 수상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르고, 자신이 살아갈 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돕는 것 역시 교육이 이뤄내야 할 중요한 성과다.
임피초가 내세우는 교육 방향은 배려와 나눔, 자연과 문화예술에 대한 사랑, 기초·기본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 자존감과 미래 준비다. 학교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을 선도하는 동시에 자연과의 상생과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체험활동을 교과 학습과 연결하고,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AI 활용 능력뿐 아니라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힘과 협력·소통 능력도 함께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기초학력과 인성교육 역시 학교 교육의 중요한 축이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과 정서적 성장에 세심하게 접근할 수 있다. 임피초는 이러한 장점을 살려 학생 한 명 한 명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임피초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과제가 될 것이다.
◆김중숙 임피초 교장
◆김중숙 임피초 교장
“아이 한 명 한 명의 가능성 키우는 행복한 학교 만들 것”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나누며, 자연과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어린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임피초등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입니다.”
김중숙 임피초등학교 교장은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핵심을 학생 한 명 한 명의 행복한 성장에서 찾았다.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바른 인성과 창의성, 자존감을 함께 키워 학생들이 미래사회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김 교장은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인 만큼,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한 곳이어야 한다”며 “교사는 가르침의 열정에서 보람을 찾고, 학생은 배움의 기쁨을 누리며, 학부모는 학교를 믿고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피초가 내세우는 어린이상은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어린이, 자연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어린이, 기초·기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어린이, 자존감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어린이다. 김 교장은 이러한 교육 방향이 교실 수업과 학교생활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는 “성적이나 지식만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평가할 수는 없다”며 “친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 자연과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감수성, 어려운 문제에 부딪혀도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는 힘을 함께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교육에 대한 구상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일수록 기초학력과 올바른 판단력, 협력과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장은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을 넓히는 동시에,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문을 지역사회에 열고 교육공동체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학교 교육이 학생과 교직원만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신뢰와 참여가 더해질 때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장은 “아이들의 성장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할 때 더욱 단단해진다”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교육활동을 공유하면서 신뢰와 소통이 살아 있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이어 “임피 교육가족 모두가 아이들을 내 자녀처럼 아끼고 응원하며,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고 마음껏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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