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장벽 무너져...시중은행, '자본력' 앞세워 디지털 선점효과
포용금융의 '역설'...30% 의무 비중에 건전성과 수익성 사이 줄타기
트래픽만으론 역부족...플랫폼 너머 '수익 엔진' 부재가 부른 정체
대한민국 금융 현장에 혁신을 몰고왔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10년을 맞았다. 지점 없는 은행이 가져온 비대면 혁신은 어느새 금융권 전체의 새로운 표준이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혁신이 업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인터넷은행만의 차별성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제4 인터넷은행 설립까지 추진되는 지금, 인터넷은행은 차별화된 생존 전략과 성장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인터넷은행 10년의 명암을 짚어보고, 미래 금융 생태계의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왼쪽부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출처=연합뉴스]
편리함으로 금융의 판도를 바꾼 인터넷은행이 이번엔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졌다. 인뱅이 10년에 걸쳐 심어놓은 디지털 혁신이 금융권 전체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작 인뱅만의 무기는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 차별화의 근거였던 '편리함'이 모든 은행의 기본값이 된 지금, 인뱅은 자신이 바꿔놓은 시장에서 새로운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혁신의 복제...기술 격차는 사라졌다
비대면 계좌 개설과 간편 송금,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UI·UX) 등 한때 인터넷은행의 강점으로 평가받던 요소들은 이제 대부분의 은행 앱에서 구현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IT 투자를 이어가며 모바일 앱 개편과 디지털 채널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용자 지표에서도 격차 축소 흐름이 나타난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킹 앱 월간활성이용자(MAU)는 각각 1000만 명 안팎 수준으로, 인터넷은행과 유사한 규모까지 확대됐다. 초기 인터넷은행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접근성 우위'가 사실상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비대면 계좌 개설, 간편 인증, 실시간 이체 등 핵심 기능 역시 대부분 은행 앱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면서 서비스 측면의 차별성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
이처럼 핵심 디지털 기능이 업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경쟁의 초점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능 구현이나 앱 편의성보다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상품 추천, 비용 구조 개선, 고객 유지율 관리 등 ‘운영 효율’이 새로운 경쟁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저신용자 의무 비중…포용금융의 딜레마
경쟁 환경이 평준화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수익 구조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잔액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토스뱅크 34.9%, 케이뱅크 32.5%, 카카오뱅크 32.1%로 3사 모두 당국 목표치를 웃돌았다.
포용금융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수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아 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자본 효율성도 낮아지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 역시 정책적·시장적 제약을 받는 만큼, 금리 운용의 폭을 넓히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따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비중이 30%를 넘는 구조에서는 금리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선택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마진을 크게 가져가기 어려운 사업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리 경쟁에 갇힌 수익 구조
기술 경쟁이 사라지자 경쟁의 무게중심은 다시 금리로 이동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객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높은 예금 금리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라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 예대금리차를 크게 벌리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순이자마진(NIM)은 금리 환경과 경쟁 강도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금리 중심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익 변동성 역시 확대되는 흐름이다.
플랫폼 전환 역시 아직은 수익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은행들은 투자·보험·제휴 서비스 등을 통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부 은행이 비이자이익 비중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업권 전반적으로 보면 수수료 및 플랫폼 수익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시중은행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시중은행들이 이미 20~30% 수준의 비이자이익 구조를 구축한 것과 달리, 인터넷은행 업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이용자 기반 확대에도 불구하고 트래픽이 수익으로 전환되는 속도는 제한적이며, ‘플랫폼형 이용 구조’와 ‘금리 중심 수익 구조’ 간의 괴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앱 이용 시간과 트래픽은 확실히 늘었지만, 이를 수수료나 금융 상품 판매로 연결하는 구조는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며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수익 구조는 여전히 금리에 의존하는 과도기적 상태"라고 말했다.
정체성과 수익성, 두 개의 숙제
결국 인뱅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혁신의 언어로 시장을 재편했던 인뱅은 이제 그 언어를 잃은 채 금리 경쟁에 갇히고, 의무 비중에 묶인 포트폴리오와 수익화되지 못한 플랫폼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제4 인터넷은행' 논의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시장 포화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 모두의 무기가 된 시대, 인뱅 3사는 다음 10년을 위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한다.
[위키리크스한국=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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