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발전단가와 투자 리스크. /AI 이미지 생성
해상풍력의 대규모 민간투자와 주민참여형 태양광의 수익성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내년 출범하는 새 계약시장이 재생에너지 가격은 낮추면서도 투자가 가능한 수익을 남길 수 있느냐다. 이미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국내에서도 일부 개발사가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설계가 향후 투자 흐름을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2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이상을 보급하고 해상풍력은 2035년 25GW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해상풍력 발전단가는 현재 kWh당 330원대에서 2030년 250원 이하, 2035년 150원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사업기간 단축과 항만·설치선 확충, 20MW급 국산 터빈 개발 등으로 원가 자체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 가동되는 새 계약시장도 이 방향에 맞춰 설계된다. 정부가 발전원별 보급물량과 상한가격을 제시하면 사업자가 경쟁입찰에 참여하고, 선정된 사업자는 한전과 장기간 고정가격으로 계약한다. 장기계약으로 수익 변동을 줄이면서 경쟁을 통해 전력 구매가격도 낮추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실제 사업비가 낮아지는 속도와 계약가격을 낮추는 속도가 맞물릴 수 있느냐다.
특히 신안·진도 대규모 해상풍력은 육지에서 멀고 수심이 깊은 해역에 집중돼 있다. 거리가 멀수록 해저케이블이 길어지고 수심이 깊어지면 하부기초와 설치·유지보수 비용이 커진다.
기존에는 REC 가중치가 이런 비용 차이를 보완했다. 새 시장에서 우대가격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가까운 바다와 먼바다가 사실상 비슷한 가격 조건에서 경쟁하게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계약가격은 금융조달과도 직결된다. 수조원 규모의 해상풍력은 장기간 발생할 발전수익을 근거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한다. 예상 수익이 줄면 대출한도와 금리,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도 달라질 수 있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개발사가 돈을 끌어와 터빈과 하부구조물, 케이블을 발주하는 것"이라며 "수익이 줄어 금융조달이 막히면 개발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자재 공급업체에도 가격을 낮추라는 압력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격 압박은 국내 공급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20MW급 국산 터빈을 개발하고 조선·해양플랜트 기술을 해상풍력 공급망에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낮은 낙찰가격을 맞추기 위해 사업비를 계속 줄여야 한다면 국내 기자재 업체의 채산성이 낮아지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기자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가격뿐 아니라 국내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기여도 등 비가격 요소를 입찰 평가에 반영하려는 이유다.
국내 시장에서는 일부 글로벌 개발사의 사업 철수와 축소도 이어지고 있다. 코리오제너레이션은 한국 사업조직을 정리했고 RWE도 신안과 태안에서 추진하던 해상풍력 사업에서 철수했다. 에퀴노르는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을 중단했다.
이를 RPS 개편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원자재 가격과 금융비용 상승, 공급망 문제에 국내 인허가와 계통, 주민 수용성 부담까지 원인은 복합적이다. 다만 이미 투자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수익체계까지 바뀐다는 점은 신규 사업자에게 또 하나의 판단 요소가 된다.
국내 투자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올해 상반기 해상풍력 고정가격 경쟁입찰에는 9개 사업, 3천656MW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5개 사업, 1천786MW가 선정됐다. 경쟁률은 처음으로 2대 1 수준을 기록했다.
결국 쟁점은 RPS를 유지하느냐 없애느냐보다 이를 대체할 계약시장이 ‘투자 가능한 가격’을 만들 수 있느냐다. 원가 절감보다 계약가격 인하가 앞서면 PF와 신규 투자, 국내 공급망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비용을 모두 가격에 반영하면 전력 구매비용을 낮추겠다는 제도 개편 취지가 약해진다.
전남광주에서는 이 균형이 더 중요하다. 신안·진도처럼 먼바다 사업의 거리·수심 비용과 주민참여, 국내 공급망의 정책적 가치를 우대가격과 입찰 평가에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다.
해상풍력의 민간투자와 햇빛소득마을의 주민참여, 국내 기자재 공급망까지 결국 새 가격체계와 맞물려 있다. 기존 REC 가중치가 맡았던 기능을 새 계약시장에 얼마나 정교하게 옮겨놓느냐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발전단가는 낮춰야 하고 낮추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면서도 "가까운 바다와 먼바다는 비용 자체가 다르다. 거리와 깊이에 따른 비용을 반영하지 않으면 신안처럼 먼바다에서 추진하는 대형 사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REC가 그 역할을 했다면 새 계약시장에서는 우대가격이 그 수준을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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