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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로운시선]'탈플라스틱 경제'를 국가전략으로 올린 이 대통령, 남은 것...

외식업계의 다회용기 전환, 유통·식품업계의 포장 공정 수정, 삼성전자의 폐식용유 기반 가전 부품 제조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는 단순한 친환경 실험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생존형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런...

[이로운시선]'탈플라스틱 경제'를 국가전략으로 올린 이 대통령, 남은 것...

미국 오리건주 디포베이에 떠밀려온 미세 플라스틱 파편들 / 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탈플라스틱 경제 실현'을 국가 최우선 핵심 전략 프로젝트로 제시하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방향은 옳다.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과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공급망 위기와 산업 구조 취약성의 해법으로 '탈플라스틱'을 직접 제시한 것은 분명한 전환점이지만, 이를 실제 정책으로 만들려면 석유화학 산업 재편, 재사용 기반 시장 설계, 자원순환 예산 재배분이 동시에 따라야 한다는 요구다.

그린피스는 15일 성명에서 전날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대체 공급망 개척, 중장기 산업구조 개혁, 탈플라스틱 경제 실현"을 국가 최우선 핵심 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국가 최고 결정권자가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탈플라스틱'을 명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민간의 개별 대응을 국가 차원의 제도와 시스템으로 끌어올리는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캠페인' 아닌 산업전략…공급망 위기 대응의 새 축

그린피스는 최근 나프타 공급 불안과 공급망 충격을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사건으로 규정했다.

외식업계의 다회용기 전환, 유통·식품업계의 포장 공정 수정, 삼성전자의 폐식용유 기반 가전 부품 제조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는 단순한 친환경 실험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생존형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런 산발적 움직임을 제도와 산업 표준으로 묶어내야 한다는 게 성명의 출발점이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연명 아닌 '전환 금융'이어야

그린피스가 첫 번째로 제시한 과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산업구조 개혁의 분명한 목표로 삼으라는 것이다.

단체는 탈플라스틱 경제의 핵심을 "시장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으로 규정하며, 석유화학 산업이 1차 폴리머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저탄소 구조로 연착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에 투입될 공적 자금이 단순한 경영 연명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린피스는 "막대한 공적 자금은 진정한 탈플라스틱·탈탄소를 유도하는 '전환 금융'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감산과 고도화, 재사용·재생원료 기반 전환을 함께 묶어내지 못하면 정부가 공급과잉 산업을 세금으로 떠받치는 결과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인천 한 민간 소각시설 창고에 소각을 기다리는 생활 및 건설 폐기물이 300여톤이 적재돼 있다. / 사진=뉴시스

시민 실천만으론 한계…재사용이 기본값인 시장 설계 필요

그린피스는 최근 기후부의 일회용컵 감축 캠페인에 대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매일 일회용컵 하나씩 안 쓰는 작은 실천" 같은 메시지만으로는 구조적 감축이 어렵고, 소비자가 애초에 일회용 포장재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국가 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회용품 규제 강화, 재사용 인프라 확대, 공공조달 전환이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목은 사회연대경제 현장과도 맞닿아 있다. 다회용기 세척·회수·재공급 체계를 지역 일자리와 연결하는 모델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등장하고 있다. '덜 쓰자'는 계몽보다 재사용이 기본값이 되는 유통·소비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진짜 탈플라스틱 경제라는 뜻이다.

자원순환 예산 2%…전략 프로젝트라면 돈과 조직부터 바뀌어야

그린피스는 자원순환을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격상했다면 예산과 인력도 그 위상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자원패널(IRP) 자료를 인용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절반이 자원 추출·가공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짚으며, 자원순환이 탈플라스틱 경제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떠받치는 핵심 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26년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안에서 자원순환 분야 예산은 3,644억 원으로 전체의 2% 수준에 그쳤다.

에너지 분야 예산 2조 6,898억 원과 7배 이상 차이가 나고, 전년 대비 증가율도 에너지 36.4%, 자원순환 14.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게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전략 프로젝트라면 자원순환이 여전히 '곁가지 예산'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문제제기다.

플뿌리연대는 ‘2025 세계 환경의 날’ 기념 행사가 시작된  4일 오전 국제컨벤션센터 앞에서 ‘강력한 플라스틱 협약’을 요구하기 위해 눈이 그려진 #WeAreWatchin 초대형 깃발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그린피스 제공

대통령의 화두, 이제 부처별 실행계획이 시험대

이번 그린피스 성명은 환영 논평이면서 동시에 정부를 향한 구조개혁 요구서에 가깝다.

핵심은 세 가지다.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연계한 산업전환 로드맵, 일회용품 규제와 재사용 인프라 확충을 묶은 시장 재설계, 자원순환을 국가 전략 의제로 끌어올리는 예산·조직 재편이다. 이 세 축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으면 '탈플라스틱 경제'는 또 하나의 선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대통령 지시의 진짜 의미는 '플라스틱을 쓰레기 문제로 볼 것인가, 공급망·산업·재정 체질을 바꾸는 국가 전환 의제로 볼 것인가'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화두를 던졌다면, 이제 정부 부처는 로드맵과 제도, 예산으로 답해야 한다. 탈플라스틱은 선택적 친환경이 아니라 공급망 충격과 전쟁의 시대를 버티기 위한 진정한 의미의 전환이며, 지금 한국이 늦출 수 없는 산업 구조개혁의 다른 이름이다.

남기창 책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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