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 Aqueduct 물 스트레스 지도 / 자료=한국사회책투자포럼(KoSIF)
이로운넷 = 이수진 에디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나타난 공업용수 확보 문제가 산업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중대한 물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물 리스크 관리와 공시 체계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13일 CDP 데이터를 분석한 이슈브리프 '한국 기업의 물 리스크·공시 현황과 과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공업용수 수요와 취수원 확보 문제가 부각된 사례를 언급하며, 물이 산업 입지와 생산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는 남한강 여주보에서 산업단지까지 용수관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인허가와 지역 상생 문제 등이 제기되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논의가 이어진 바 있다. KoSIF는 이를 통해 물 리스크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공급망과 비용 구조, 생산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1월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뉴시스
"국내 기업 77%, 중대한 물 리스크 식별"
2025년 CDP 수자원(Water Security)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응답기업의 77%가 중대한 물 리스크를 식별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물리적 리스크는 홍수 51건, 물 스트레스 48건, 가뭄 39건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물 리스크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가뭄·홍수·물 스트레스 심화로 배터리·철강·화학·제약 등 물 의존도가 높은 산업 전반에서 생산 안정성과 비용 구조, 공급망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종별로는 제약·건강 산업의 물 스트레스 지역 취수 비율이 88.5%로 가장 높았고, 산업재 61.2%, IT 60.4%, 선택소비재 50.8% 순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인 반도체·배터리·철강이 CDP 워터 임팩트 인덱스 기준에서도 물 영향도가 높은 산업군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물 리스크 재무영향 정량화는 아직 초기 단계"
다만 국내 기업들의 물 리스크 재무영향 정량화 수준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CDP 한국 보고서 기준 물 리스크 보고 건당 평균 재무영향은 약 3,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후변화 리스크의 건당 평균 재무영향은 약 114억 원 수준으로 차이를 보였다.
KoSIF는 이를 두고 물 리스크의 재무영향 정량화가 기후변화 리스크에 비해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실제 리스크가 과소 식별·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지리적으로 물 스트레스가 높은 국가라고 분석했다. WRI Aqueduct 기준으로 여름철 물 수요와 강수 변동성이 커지는 6월에는 국토 대부분 지역이 ‘High’ 등급 이상의 물 스트레스 지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고객사·금융권도 '물 데이터' 요구 확대
보고서는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 금융기관의 물 정보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에 물 사용량과 폐수관리 현황, 물 소비 감축 노력, 물 재이용 정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물 데이터 활용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BBVA가 스페인 에너지기업 이베르드롤라(Iberdrola)에 제공한 지속가능연계대출(SLL)에 CDP 수자원 점수와 용수 사용량 감축 목표를 핵심성과지표(KPI)로 연계한 사례가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제조·서비스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대출 상품에 용수 사용량 감축을 선택형 KPI로 포함하고 있다.
보고서는 물 공시 데이터가 환경 정보 차원을 넘어 금융시장과 자금조달 체계에도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기업 CDP Water Security 응답 현황 비교 / 자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글로벌 공시 확대...한국 기업 대응 필요"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에서도 물 정보 요구는 확대되는 추세다.
EU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CSRD·ESRS E3)은 물과 해양자원 관련 정보를 주요 공시 항목에 포함하고 있으며, 자연 관련 공시 논의(TNFD·ISSB)에서도 물 정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기업들이 물 소비량과 물 부족 위험 지역에서의 사용량, 물 재사용·재활용량, 물 리스크의 재무영향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CDP 수자원 공시에 응답하는 글로벌 기업 수는 2016년 1,426개에서 2025년 9,922개로 증가했다. 반면 한국의 응답기업 수는 2023년 135개, 2024년 116개, 2025년 113개로 최근 감소세를 보였다.
KoSIF는 산업별 주요 기업들의 공시 참여 수준 차이도 공개했다. 정보기술·반도체 분야에서는 한미반도체, 선택소비재 분야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현대모비스·HL만도, 원자재·소재 분야에서는 포스코퓨처엠·현대제철·OCI홀딩스 등이 주요 미응답 기업으로 확인됐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기, 현대자동차·기아·LG전자, 포스코홀딩스·LG화학·롯데케미칼 등은 공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글로벌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되는 2026~2027년이 한국 기업 물 공시 대응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물 리스크 측정·관리·소통 체계 정비가 더 이상 자발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초 조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양한 공시 프레임워크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보고 부담을 줄이면서 글로벌 공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통합 채널 활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연구원은 "물 리스크는 이제 기업이 자발적으로 관리할지 여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투자자·금융기관이 요구하는 핵심 경영 정보가 되고 있다"며 "특히 다양한 공시 프레임워크가 동시에 작동하는 상황에서 기업은 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글로벌 기준에 맞춰 설명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DP 수자원(Water Security)과 같은 통합 공시 채널은 기업이 보고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객사와 투자자의 정보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이미 물 공시 데이터가 지속가능연계대출(SLL) 등 금융상품의 핵심성과지표(KPI)로 활용되는 만큼, 선제적인 물 공시는 비용이 아니라 자금조달 비용 절감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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