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한도 의무적 우리 국채 매입...시장에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
대략 20∼30bp 내외에서 시중금리 안정 효과 발생 예상돼
가장 큰 변수는 이란...그래도 전쟁위기 잦아들 때 '뒷심' 발휘 기대는 충분
한국 국고채가 다음달 1일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는 가운데, 이제 우리도 해외 자금의 본격 유입 수혜를 볼지 주목되고 있다. 30일 업권에 따르면, 이란사태 여파로 글로벌 외환·채권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여파를 우리 시장은 특히 크게 보고 있다. 이를 일부 안정시키는 효과를 WGBI 이슈가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WGBI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산출하는 대표적인 선진국 채권지수다. 한국이 새 달 1일부터 이 지수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연기금 등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이 일정 한도는 우리 국채를 의무적으로 사야 한다. 한국의 예상 편입 비중은 약 2% 수준으로 추산된다. 바꾸어 말하면 약 500억~600억달러(우리 돈 75조~90조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다는 것. 다만 그 편입은 오는 11월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업권에서는 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4월 1일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한국 경제에는 상당히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특히 "외국 자금이 들어오면 금리가 떨어지고 기업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특히 외국 달러 자금이 들어와서 한국 국채를 많이 사면서 환율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날 것"으로도 전망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사진=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WGBI 효과에 우리 시장이 근래 더 간절한 이유가 있다.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큰 이탈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채권 투자 자금 유입으로 이 물결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되는 것.
3월 한 달에만 외국인은 29조9000억원선의 주식을 팔았다(코스피 시장, 27일까지). 지난달에는 코스피에서 21조원대를 순매도한 바 있다.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적으로 쏟아지며 시장 심리를 깎아먹고 있다. 이 같은 이탈 문제가 환율에 주는 타격감 또한 크다.
특히 근래 구글의 기술력 쇼크로 한국 증시를 견인해 온 K2 반도체주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이 같은 외국인 자금 이탈 타격이 배증되고 있다. 터보퀀트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로 줄일 것으로 추정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익 타격 예상을 낳고 있는 것.
미국과 영국 국채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리발작을 일으키면서 우리 채권도 금리 상승을 겪는 중인 점도 고통 요소다.
이런 상황에 대규모 패시브 자금이 외국에서 들어온다면 환율과 채권 등 전반적 시장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략 20∼30bp 내외에서 시중금리를 안정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이란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위축됐을 수도 있다. 파이 전체가 작아지면서 우리 시장에 돌아올 WGBI 편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것이다. 수혜 시점이 이미 정해진 '마중물'이므로 그 전에 유입 효과를 모두 극대화한 다음, 시장이 다른 환율 및 채권 안정 호재를 찾아야 한다는 전망도 일각에선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한 머니무브로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의 운용자산(AUM)이 감소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에 따른 금리 안정 효과는 편입 기간인 11월 내로 국한될 것"이라면서 "연말로 가면 금리 하락이 되돌려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환율 안정 등은 이란사태가 언제 끝나느냐에 더 좌우될 수밖에 없다. LS증권 리포트는 "최근 국내·외 금리 상승은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확대와 이로 인한 정책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진 데 기인한다"고 풀이했다. 다만,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부연했다. 연내 금리 인상 기대감이 후퇴한다면 WGBI 편입 영향은 점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난망한 평화협상 과정 중간, 더 나아가 그 후반부에 WGBI 편입이라는 이슈는 분명 낭보가 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호재가 들어온 점을 통해 우리 금융 시장이 환율 안정에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이를 심리 안정과 매력 포인트 부각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가가 시장 분위기 전반을 더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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