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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관민의 딥쏘트(Deep Thought)] AI시대 교육법 '새로운 생각 엔진'부터...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지난 25년 동안 요즘처럼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진 적은 없었다. 인공지능(AI)이 인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환경에서, 정해진 공식을 암기해 정답을 도출하는 능력은 더 이상 인류의 핵심 역량이 되기 어렵다.

[이관민의 딥쏘트(Deep Thought)] AI시대 교육법 '새로운 생각 엔진'부터...

불확실성 크게 높아진 시대

생각의 방법론 바꿔야 혁신

사용자 불편 공감 '디자인 사고'

거시적 구조 분석 '시스템 사고'

문제를 잘게 쪼개 패턴화하는

'컴퓨테이셔널 사고' 키워야

효율적 해법만 집착해선 안돼

윤리적 통제없인 병폐 이어져

강단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온 지난 25년 동안 요즘처럼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진 적은 없었다. 인공지능(AI)이 인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환경에서, 정해진 공식을 암기해 정답을 도출하는 능력은 더 이상 인류의 핵심 역량이 되기 어렵다. 기후변화, 초고령화, 사회적 양극화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은 원인과 결과가 선형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복잡계의 특성을 지닌다. 불확실성이 높은 현시대에 혁신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편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고 융합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사고의 방법론'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본 칼럼은 2회에 걸쳐 AI 시대 교육이 지향해야 할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한다. 본편에서는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요구되는 세 가지 핵심 사고방법과 도구적 합리성의 한계를 분석하고, 다음 편에서는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규범적 기반과 구체적인 교육 혁신 사례를 다루겠다.

학계에서 밝혀진 고약한(wicked) 문제 해결과 혁신을 창출하기 위한 세 가지 주요 사고법은 디자인 사고, 시스템 사고, 컴퓨테이셔널 사고다. 이들은 난제를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세 개의 엔진'이라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엔진은 '디자인 사고'다. 이 방법론은 기술의 구현 가능성보다 사용자가 겪는 실질적 불편과 내재적 요구에 '공감'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완벽한 기획에 의존하기보다 프로토타입을 신속하게 제작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해결책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실천적 접근을 강조한다. 스탠퍼드대 디스쿨 설립자인 데이비드 켈리 교수에 의해 체계화된 이 사고 방법은 아이디오, 우버, 에어비앤비 사례들을 통해 실리콘밸리 혁신의 주요 방법론으로 널리 알려졌다.

두 번째 엔진은 거시적 구조를 분석하는 '시스템 사고'다. 현대 사회의 현상들은 수많은 변수가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는 복잡계다. 존 스터먼 교수가 이끄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시스템 다이내믹스' 연구를 통해 학문적 토대가 마련된 이 방법은, 표면적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구조와 지연 효과를 통찰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접근법이다. 이 방법은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가" "한쪽을 고치면 다른 쪽에서 어떤 풍선효과가 생기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구조적 답을 찾고자 한다. 교통 체증을 줄이겠다며 도로를 넓혔더니 오히려 숨어 있던 수요가 폭발해 다시 길이 막히는 현상이나, 출산장려금 몇 푼으로는 주거·사교육·노동 문제가 얽힌 저출산 구조를 깰 수 없다는 통찰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세 번째 엔진은 AI 시대의 논리적 문제 해결 방식인 '컴퓨테이셔널 사고'다. 크고 막연한 문제를 작게 쪼개고(분해),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며, 곁가지를 쳐내어(추상화) 실행 가능한 논리적 절차(알고리즘)로 바꾸는 인지적 능력이다. 본질은 코딩 기술이 아니라 '기계의 정보 처리 방식을 빌려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고 문제를 구조화하는 사고 과정'에 있다. 지넷 윙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2006년 논문에서 "이 사고법은 컴퓨터 과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갖춰야 할 보편적 기초 역량"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엔진은 그 자체로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 규범적 통제 없이 효율성만을 좇을 때, 이 방법론적 도구들은 혁신이 아닌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 도구의 배반을 초래할 수 있다. 혈액 한 방울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한다던 테라노스는 사용자 경험 최적화와 프로토타이핑을 완벽히 구현했지만, '기술의 진실성'에 대한 비판적 제어가 없어 희대의 의료 사기극으로 끝났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시청의 복지 부정 적발 AI와 아마존 물류 창고의 노동자 감시 알고리즘은 탁월한 시스템 최적화의 산물이었으나, 약자를 차별하고 노동자의 존엄을 짓밟았다. 이는 위르겐 하버마스가 지적한 도구적 합리성의 함정이다.

그렇다면 이 방법론적 도구들이 올바른 궤도로 작동하도록 제어할 '규범적 기반'은 무엇이며,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그 구체적인 방안과 혁신 대학들의 융합 커리큘럼 사례는 다음 칼럼에서 심도 있게 다루겠다.

[이관민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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