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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윤정구의 웰니스 리더십]③ AI 시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AI보다 빨리 배우려는 경쟁에서 벗어나라. 경쟁우위에서는 빠르게 따라가되, 존재우위에서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최초의 자신이 되어야 한다.

[윤정구의 웰니스 리더십]③ AI 시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AI보다 빨리 배우려는 경쟁에서 벗어나라. 경쟁우위에서는 빠르게 따라가되, 존재우위에서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최초의 자신이 되어야 한다.

[편집자 주]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게 배우고 지식을 확장하는 시대, 인간까지 속도의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까.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은 모든 것을 더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존재목적을 발견하고 대체불가능한 역량으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윤정구 교수는 이를 ‘경쟁우위’와 ‘존재우위’라는 두 개의 학습으로 구분한다. AI를 활용하면서도 인간의 고유성을 어떻게 확장해갈 것인가. 웰니스 리더십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이다.

왜 배울수록 더 불안해지는가

AX 시대 모든 학습자들은 학습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AI가 하루가 다르게 속도를 바꾸는 초뷰카(Hyper VUCA)의 격류 속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가장 먼저 익혀야 한다는 강박이다. 어제 배운 프롬프트 기법이 오늘 낡은 것이 되고, 오늘 익힌 도구가 내일이면 또 다른 도구에 자리를 내준다. 그런데 학습을 가속할수록 불안은 오히려 더 커진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문제는 학습 그 자체가 아니라 학습의 방향이다. 혼란의 근원에는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와 존재우위(Existential Advantage)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두 영역 모두에서 자신이 최초의 주자, 곧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착각이 있다.

경쟁우위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견주어 우위를 만들어내는 역량이다. 언제나 비교의 그물 안에 있기 때문에 오늘 나를 앞서게 한 역량도 내일 더 뛰어난 경쟁자나 더 빠른 AI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다. 경쟁우위가 주는 자신감은 조건적이며, 태생적으로 대체가능성(replaceability)에 노출되어 있다.

반면 존재우위는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몸으로 이 세상과 조직을 다녀갔기 때문에, 자신으로 인해 세상과 조직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차별적 기여다. 비교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 오늘보다 나아진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고유성의 근력에서 나온다. 존재우위는 근원적 자신감의 원천인 대체불가능성(irreplaceability)을 향한 학습이다.

경쟁우위와 존재우위의 직조

이 둘은 어느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의 경쟁우위가 없다면 존재우위 역시 세상에 닿을 통로를 잃는다. 하지만 핵심 승부처는 존재우위에 있다.

직조의 은유를 빌리자면 경쟁우위는 삶이라는 천을 가로지르는 날줄이고 존재우위는 그 사이를 세로로 꿰는 씨줄이다. 날줄만으로도, 씨줄만으로도 옷감은 완성되지 않는다. 두 축이 교차할 때 비로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태피스트리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인간과 신의 차이가 학습에 중요한 통찰을 준다. 신은 경계 없이 모든 것을 알지만 인간은 경계를 가진 존재다. 인간은 자신의 경계를 인지하고 설정함으로써 안과 밖을 교류시키고, 지금까지 만든 근력을 지렛대로 삼아 그 경계를 조금씩 넓혀간다.

학습의 목적은 모든 것을 아는 신이 되기 위한 경쟁이 아니다. 이전의 경계를 확장해 다음 경계를 만들며 자신만의 나이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경쟁우위의 학습은 자신의 업(業)이라는 경계를 관리하는 일이고, 존재우위의 학습은 자신의 목적과 가치를 담은 정체성의 경계를 운용하는 일이다. 자신의 경계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무엇을 흡수하고 무엇을 확장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 그것이 인간다운 학습이다. 현명한 학습자는 뛰어난 경계관리자다.

경쟁우위에서는 Fast Follower, 존재우위에서는 First Mover

현명한 학습자는 경쟁우위의 영역에서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사용하고, 존재우위에서는 최초의 학습자(First Mover)가 된다.

자신의 업의 영역에서 모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First Mover가 되려는 시도는 학습비용이 지나치게 커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면 존재우위의 학습은 다르다. 처음에는 남을 모방할 수 있어도 궁극에는 자신이 경계를 세우고 스스로 학습하며 그 경계를 넓혀가는 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필자가 『급진거북이』에서 제안했듯 급진적인 비전을 품되 걸음은 거북이처럼 점진적으로 내디디며 자신만의 진정성 근력을 확보하는 것이 존재우위를 세우는 지속 가능한 길이다.

AI 시대의 혼동은 이 두 전략을 뒤섞는 데 있다. 매일 등장하는 새로운 AI 도구를 가장 먼저 익혀야 한다는 강박을 따르는 순간 학습은 늘어나지만 불안도 함께 커진다. 어떤 개인도 AX의 속도를 모두 따라잡을 수는 없다.

현명한 학습자는 경쟁우위에서는 Fast Follower로 힘을 아끼고, 그렇게 아낀 에너지를 존재우위에 쏟아 그곳에서만큼은 대체불가능한 First Mover가 되는 사람이다.

경쟁우위의 날줄에서는 Fast Follower로 에너지를 아끼고 존재우위의 씨줄에서는 First Mover가 되어 자신만의 고유한 태피스트리를 짜는 것. 그것이 AI가 대신할 수 없는 학습이다.

자신이 신과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최대한 빨리 알아야 한다는 믿음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학습의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자신만의 태피스트리를 조금씩 확장하는 ‘급진거북이’ 방식의 학습이 AX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근원적 자신감의 기원이다.

윤정구 교수는 조직이론과 리더십을 연구하며 진성리더십과 목적경영을 중심으로 리더와 조직의 존재 이유를 탐구해왔다. 『복권사회의 정의』『진성리더십』『기업시민』『급진거북이: 진성리더의 변화전략』『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끄는 기적』등의 저서를 통해 한국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국민 대부분이 고기능 우울증을 진단받은 대한민국을 치유하는 웰니스 프로젝트인 <한방병원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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