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다세대(빌라) 임대차 시장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다. 신규 공급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아파트 전·월세 매물 감소의 여파가 미치면서 빌라 월세가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빌라 매물마저 부족해 갱신계약이 늘면서 월세가 두 배 이상 오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월세 거래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29.9%로 집계됐다. 1월 19.6%에서 5개월 만에 10.4%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월별로는 2월 21.1%, 3월 23.8%, 4월 24.7%로 꾸준히 상승했으며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4.3%포인트 높아졌다.
갱신계약 증가는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세입자들이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은 임대료 인상 폭이 기존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되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은 일반 갱신계약에는 상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세입자들은 월세 인상을 감수하더라도 이사 대신 재계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갱신 과정에서 월세가 두 배 이상 오른 사례도 확인된다. 지난 달 25일 계약된 서울 노원구 하계동 삼성씨티빌 전용면적 84㎡ 매물은 종전 보증금 3000만 원·월세 70만 원에서 갱신 시 동일한 보증금 조건으로 월세가 140만 원으로 인상됐다.
연립·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모습. 오승현 기자
올해 체결된 서울 연립·다세대의 월세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은 동일 보증금 계약 3424건을 분석한 결과 월세 상승률은 평균 19.5%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257건(65.9%)은 월세가 5%를 초과해 인상됐으며 141건(4.1%)은 상승률이 100%를 넘었다.
빌라 월세 상승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월세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08%)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전세사기 여파와 사업성 악화에 따른 빌라 공급 감소가 월세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연립·다세대 준공 실적은 잠정치 기준 4329호로 집계됐다. 2021년(2만3389호)과 비교하면 81.5% 감소한 규모다. 서울 빌라 준공 물량은 2021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공급 전망도 밝지 않다. 착공과 인허가 실적 역시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연립·다세대 착공 실적은 지난해 4597호로 2021년(2만3751호) 대비 80.6% 감소했다. 인허가 실적도 같은 기간 2만7279호에서 5995호로 줄어 7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민간 임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인허가, 착공, 분양이 역대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비아파트 매입 시 주택 수 산정 방식을 완화해 취득세 부담을 낮추는 등의 규제 완화를 고려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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