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이달 원화 하락률은 3.84%로 주요국 통화 대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평균이 1,470원을 넘으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15일 서울 명동거리의 환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페어] 최준규 기자 = 중동 전쟁의 포화 속에 대한민국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중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며 외환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 평균이 국제 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환율 1,500원 선 안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주간 원·달러 평균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1,476.9원을 기록했다. 이는 월간 기준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주 평균 환율은 1,480.7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에 육박했다.
◇ ‘널뛰기 환율’ 변동성 16년만에 최대…주요국 중 원화 약세 두드러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환율의 등락 폭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달 환율의 일일 평균 변동 폭은 14.24원으로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화의 약세는 타국 통화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는 3.84% 급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 상승률(2.92%)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엔화(-2.39%), 유로화(-3.29%), 파운드화(-1.85%) 등 주요국 통화보다도 하락 폭이 훨씬 컸다.
◇ 유가 충격에 취약한 경제 구조…외국인 ‘셀 코리아’ 가속화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높은 중동 원유 의존도(약 80%)를 원화 약세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원유 수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급 측면에서의 압박도 거세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13조 3천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달러 수요를 부채질했다. 반도체 산업이 버티고 있음에도 미 증시와의 디커플링(비동조화) 우려와 지정학적 안보 불안이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 "1,500원 시대 안착 전망"…물가·금리 압박에 실물 경기 ‘비상’
시장에서는 고환율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환율 1,500원대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며 최악의 경우 1,600원 선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고환율의 장기화는 실물 경제에 치명적이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이자 부담 가중과 실물 경기 하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가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라 고환율에 따른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원자재 수입 원가 부담만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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