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과거의 데이터만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미래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특정 산업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소비가 이루어지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국내 GDP의 성장, 인구 증가, 상권과 브랜드의 확장이라는 흐름 속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투자처로 자리 잡아 왔다. 적정한 자산에 적정 레버리지를 활용해 매입하면 시간의 흐름이 일정 수준의 양도차익을 보장해주는 구조였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 국가 경제가 급격히 쇠퇴하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지속되며 화폐가치 하락이 이어진다면 시간은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을 보유한 투자자의 편일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유동인구가 많으면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공식이었다. 매출이 증가하면 임대료 상승을 감당할 수 있었고, 결국 좋은 입지란 ‘유동인구’와 ‘교통 접근성’으로 정의되었다. 이 논리는 20년 이상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
지금도 현장의 중개법인들은 유동인구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권 답사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답사가 반복될수록 필자는 기존의 전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고 느낀다. 온라인 구매와 AI 추천 시스템은 이미 오프라인 수요를 대체했다.
성수동이 대표적 사례다. 팝업스토어 집중으로 주말 유동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개별 매장의 매출 증가는 제한적이다. 기업들이 팝업을 직접 매출 채널이 아닌 브랜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유동인구와 매출 사이의 상관관계가 구조적으로 약화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변화의 배경은 소비 방식의 전환이다. AI 기반 온라인 추천 시스템이 오프라인 방문 수요를 대체하고 있고, 오프라인 공간 내에서도 무인화·자동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단순 식음료·쇼핑 소비는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오프라인에 남은 것은 '목적형' 소비다. 소비자는 이제 특정 경험이나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공간을 선택해 방문한다. 단위 시간당 소비 금액은 오히려 상승하지만, 그 수요가 집중되는 입지는 극히 제한된다.
임대차 시장에서 이 변화는 뚜렷한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른바 '플래티넘급' 임차 수요가 늘고 있다.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들이 고급 인테리어와 브랜드 공간 구축을 전제로 역세권·대로변·고가시성 입지에 집중 입점하는 현상이다. 건물 자체를 브랜드 공간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반면 소형 점포 수요는 구조적으로 줄고 있다. 온라인으로의 수요 이동, 자영업 진입 장벽 상승, 인건비 부담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중간급 임차인이 시장에서 사라지며 임대차 구조는 최상급과 저가로 빠르게 분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업종의 윤곽도 뚜렷해지고 있다. 의료·미용·고급 F&B·체험형 콘텐츠다. 공통점은 하나다. 반드시 사람이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업종들은 분산되지 않고 역세권과 대로변으로 집중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랜드화와 광고 효율 극대화 유인이 이 현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동일 평형이라도 위치에 따라 임대료가 2~3배 벌어지는 현상이 일반화되는 배경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가', '역세권인가'라는 기존 기준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세 가지를 추가로 따져야 한다. 이 공간은 왜 방문해야 하는가. 이 업종은 AI로 대체될 수 없는가. 외국인·고소득층 등 외부 소비를 흡수할 수 있는가. 여기에 더해 투자자 본인의 자산 규모, 소득 구조, 증여 계획과의 부합 여부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시장에서 좋은 투자처가 나에게도 좋은 투자처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AI와 로봇의 시대는 단순히 산업 구조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시의 흐름과 부동산 가치의 판단 기준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상권의 정의가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반드시 가야 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AI 시대의 상업용 부동산은 단순히 목 좋은 곳을 찾는 게임이 아니다. 변화하는 소비 패턴과 기술의 융합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느냐가 향후 자산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주신 원빌딩 51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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