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식량 등 공급망 연쇄 타격
동맹국 각자도생에 美 패권 흔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은 무관하다고 선을 긋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협을 열라”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국 원유 생산량을 강조하며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제 유가의 상승과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경제적 타격 등을 감안할 때 호르무즈 해협에서 쉽게 발을 빼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비속어를 사용한 게시글을 올리며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는 지난 1일 대국민 연설에서 해협 개방 여부와 관계없이 종전이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과 상반된 것이다.
앞서 호르무즈 해협과 무관하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내 에너지 공급망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중동산 원유 비중은 7.9%에 불과하다.
이란의 봉쇄로 세계 각국이 원유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며 미국 원유 수출도 늘었다. 선박 추적 서비스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정제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달 대비 24% 증가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트럼프의 입장 변화는 향후 해협 통제권 등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중동정책 조정관이 CNN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목표를 바꾸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원유 외의 공급망 위기도 목표 전환의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 원유뿐만 아니라 헬륨, 요소 등의 수급 불안으로 반도체 산업과 농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해협 봉쇄로 세계 헬륨 공급의 3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수출길이 막히며 반도체 생산 차질도 우려된다.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비료 공급망도 위태롭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석유·화학 기반 산업은 물론 농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항행의 자유’를 미국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기반으로 자유무역 구조를 구축해 패권을 유지해 왔다. 봉쇄 이후 프랑스, 일본 등이 이란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해협을 통과하면서 미국의 통제권 상실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타고 로버프 시카고 대학교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란의 해협 통제가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된다면 세계질서를 크게 재편해 미국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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