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동사태로 수급 차질이 생기고 있는 석유화학 산업 핵심 원료 나프타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3월26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낮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신호탄을 쏜 데 이어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하향 대열에 합류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OECD는 지난 26일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p) 내렸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2.9%)와 일본(0.9%)·중국(4.4%) 전망치는 유지한 반면 한국과 유로존(1.2→0.8%)만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눈에 띄는 것은 중동 사태를 촉발한 미국 전망치가 오히려 1.7%에서 2.0%로 0.3%p 상향됐다는 점이다. AI 산업 성장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라도 국가별 수혜·피해 격차가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이다.
OECD를 시작으로 해외 투자은행(IB)들도 한국 성장률을 하향하고 있다.씨티그룹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바클레이즈는 2.1%에서 2.0%로 각각 낮췄다. 전쟁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는 이상 다른 기관들의 추가 하향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국 성장률이 연간 0.5%p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 전망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OECD는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2.7%로 0.9%p 높였다. 물가 상승이 금리를 끌어올려 내수를 위축시키는 간접 경로뿐 아니라, 에너지 쇼크가 실물경제 공급망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석유화학 핵심 원료인 나프타(납사)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데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브롬 등도 중동 수급에 기대는 품목이다. 유가 충격이 석유화학에서 시작해 반도체까지 공급망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감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정부는 2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안도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기획예산처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25조원 규모 추경으로 약 0.25%p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재정지출만으로 하락분을 모두 보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유가 지속 시 예상되는 0.3~0.5%p 하락폭을 재정만으로 메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도 상황 자체가 극도로 유동적이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 협상을 저울질하면서도 지상전에 대비하는 이중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협상력 제고를 위한 전술적 포석일 수 있지만 장기전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정부의 올해 2.0% 성장 목표 달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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