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영 국립소방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이 23일 충북 음성군 국립소방병원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영웅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음성=신중섭 기자
몸을 다쳐 치료를 받는 소방공무원들의 가장 큰 고충은 현장 복귀에 대한 부담감이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만큼 동료들의 어려움이 커진다는 생각에 충분히 회복하기 전부터 복귀를 서두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고민은 상처를 낫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온전히 회복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신영 국립소방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은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언제쯤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지 묻는 분들이 많다”며 “충분히 회복해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의료진도 마음을 놓고 퇴원시켜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큰 화재나 구조·구급 현장에서 받은 충격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반복될 수 있어서다. 화상이나 근골격계 손상에 더해 불면·우울·불안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일반 환자보다 복합적으로 접근하고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소방병원은 이 같은 복합 치료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12월 시범진료를 시작한 뒤 올해 3월 지역 주민까지 진료 대상을 넓혔고 6월 8일 공식 개원했다. 건강증진·화상·통합재활·정신건강 등 4대 특성화센터를 연계해 예방과 조기 발견부터 치료, 재활과 심리 회복까지 지원한다.
국립소방병원에는 부상 소방공무원이 전문 치료와 함께 정서적 지원을 받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국민의 영웅쉼터’가 있다. KB손해보험이 총 2억 3000만 원을 지원해 병원 2~4층에 조성했다. 2층에는 화상·정신건강·통합재활센터가, 3~4층에는 입원실이 있다. 입원실에서 치료실과 병실 이동이 쉬운 구조다. 정서적 안정을 위해 따뜻한 색감의 가구가 배치돼 있고, 큰 창 너머에는 주변에 넓게 펼쳐진 녹지가 있다. 영상 콘텐츠와 함께 비치된 책은 병실에서도 읽을 수 있다.
조 센터장은 소방공무원들이 자신들을 위한 공간에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치료실이나 진료실은 물론 병실에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쉼터에서는 그 긴장을 내려놓고 마음을 환기할 수 있다”며 “치료를 지속할 힘이 된다고 느꼈다는 반응도 있다”고 전했다.
쉼터에는 정신건강 상담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장치인 ‘온기우편함’도 설치돼 있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익명으로 적어 넣으면 비영리 사단법인 온기의 자원봉사자가 손편지로 답장을 보내준다. 조 센터장은 “주변의 시선이나 진료 기록 때문에 대면 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며 “생각을 글로 쓰는 과정에서 마음을 환기하고 이런 경험이 전문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B손보는 장기 입원 중인 중증 소방공무원을 위한 회복 응원키트 600세트도 지원한다. 세면도구와 위생용품, 수면안대, 충전기 등 입원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응원카드를 담았다. 조 센터장은 “늘 다른 사람을 구조하고 도와온 분들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만큼은 온 사회가 자신의 회복을 응원하고 있다고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KB손보가 10년간 이어온 소방공무원 지원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KB손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119안전센터 100곳에 심신안정실을 조성한 데 이어 지원 범위를 소방 전문병원으로 넓혔다. 소방공무원뿐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공익재단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자녀 682명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운영했다. KB손보는 지난해부터 이를 이어받아 자녀별 1대1 맞춤형 학습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소방공무원이 몸과 마음을 충분히 회복해 안정적으로 현장에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 국립소방병원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영웅쉼터와 온기우편함은 신체 치료뿐 아니라 심리·정서적 회복까지 함께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손보가 충북 음성군 국립소방병원에 조성한 ‘국민의 영웅쉼터’에서 환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음성=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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