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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의춘추] 버는 만큼 세금 안 내는 기업이 있다는데

빅테크, 엄청난 한국 매출에도 조세 체계 활용해 세금 최소화 미국 정부 등에 업고 나서기도 유럽·일본... A기업은 국내 플랫폼 기업 네이버, B기업은 글로벌 빅테크 구글코리아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여의춘추] 버는 만큼 세금 안 내는 기업이 있다는데

정승훈 논설위원

빅테크, 엄청난 한국 매출에도

조세 체계 활용해 세금 최소화

미국 정부 등에 업고 나서기도

유럽·일본 등은 직접 과세 도입

우리도 현행 체계 정비할 필요

필요하다면 새로 법 만들어야

트래픽 유발 비용 스스로 내고

돈 버는 기업 걸맞은 세금 내야

A기업은 2023년 9조6700억원의 매출을 올려 법인세 4963억원을 납부했다. 그런데 같은 해 최대 12조13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B기업은 법인세를 155억원만 냈다. B기업이 신고한 매출이 3653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A기업은 국내 플랫폼 기업 네이버, B기업은 글로벌 빅테크 구글코리아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2004∼2023년 누적 국내 매출은 최대 24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학계 일각의 주장이 아니다.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세정 당국도 빅테크들이 한국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과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은 구글코리아가 낸 법인세 등의 징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국은 2016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의 구글코리아 국내 광고 수익 중 싱가포르 법인에 송금한 9751억원을 저작권 사용 대가로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모두 국내에 과세 대상이 없다는 구글코리아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국세청이 넷플릭스코리아에 부과한 법인세 762억원 가운데 687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국내 매출 상당액을 해외 법인에 수수료로 처리했다는 넷플릭스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같은 달 메타가 낸 세금 취소 소송도 원고 일부 승소로 결론이 났다. 메타 한국 법인에 대한 과세에 법원은 “한국 지사가 본사의 서비스·플랫폼 개발과 운영에 관여한 바 없다”고 봤다.

법원이 이렇게 판단하는 건 국제 조세 체계상 외국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하려면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은 싱가포르와 아일랜드 등 저세율 국가의 법인에 매출을 이전하면서 서버와 계약 주체가 해외에 있고 한국 법인은 보조적 역할만 수행한다며 과세를 피한다. 현행 법인세 체계로는 제대로 된 과세가 어려운 셈이다. 유럽 국가들이 자국 내 매출에 직접 과세하는 ‘디지털 서비스세’를 도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본도 비슷한 개념의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공정경쟁법’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빅테크에 대한 과세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유럽·일본 등의 경험과 논리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공동 대응에도 나서야 한다.

빅테크들은 미국 정부를 등에 업기도 한다. ‘망 사용료’ 논란이 대표적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최근 “한국만 세계 유일하게 망 사용료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 설명은 다르다. 공식적으로 국내에선 망 사용료가 부과된 적이 없다. 관련 법안이 아직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유일하다는 주장도 잘못됐다. 2014년 넷플릭스 부사장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 등 여러 공식 문서에서 미국의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이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게서 망 사용료를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트래픽 유발 사업자에게 망 비용을 분담하게 하는 ‘공정 기여(Fair Share)’ 입법을 추진 중이다. 독일 법원은 빅테크가 도이치텔레콤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고, 프랑스 법원도 트래픽 비율 초과 시 빅테크에 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브라질과 인도, 베트남 등 비유럽 국가에서도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메타와 아마존, 애플 등은 직·간접적으로 트래픽 유발에 따른 비용 중 일부를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국내 트래픽의 30.6%를 차지하는 구글과 6.9%를 차지하는 넷플릭스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트래픽 유발 기업이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ISP의 투자 비용 부담이 늘어나 결국 소비자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진다. 빅테크가 유발한 인프라 투자 비용을 국내 소비자가 부담하는 건 빅테크의 수익에 걸맞은 세금을 징수하지 못해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법이 미비하다면 법을 정비해야 하고, 기존 법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면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이 광고 매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빅테크로부터 세금을 걷기는커녕 그들이 유발한 인프라 비용조차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조건 국내 기업을 도와주자는 ‘국뽕’도 아니고, 정의 구현을 부르짖는 것도 아니다. 돈 버는 기업은 그에 따른 세금을 내야 하고, 혜택을 받는 이가 제공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건 상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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