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구 잃고 보증금 떼이고…어민 울리는 ‘어구 보증금제’
전남 어가 보증금 수백만원…자연 유실 땐 ‘2중 손실’
기존 폐어구 수거사업 중복·미환급금 사용처도 논란
2026년 10월 06일(화) 18:20
진도군 연안에 부표들이 떠다니고 있다.<광주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폐어구 유실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어구·부표 보증금제’가 어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존 해양폐기물 반납사업과 일부 기능이 겹치는 데다, 어민들이 통발 등 필수 어구를 구입 시 보증금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어구가 유실될 경우 어구 손실 비용에다 보증금까지 돌려받지 못하는 ‘2중 손실’ 구조여서 어민의 재정 피해만 키우는 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6일 해양수산부와 전남지역 어민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 1월 통발 어구를 시작으로 어업인이 어구나 부표를 살 때 제품값에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을 내고 사용 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어구·부표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올 1월 양식장 부표 및 자망 어구로 확대했다.
보증금의 경우 통발은 크기와 어종에 따라 개당 1000~3000원, 양식장 부표도 부력 및 용량에 따라 개당 1000~3000원이 부과된다.
문제는 어가가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전국 양식장 부표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전남의 경우 중견 규모 어가는 평균 1500~3000개, 대형 김·굴 양식장은 5000개 이상의 부표를 사용하기도 한다. 보증금을 중간값인 2000원으로만 계산하더라도 어가당 수백만 원을 보증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영세 어가의 경우도 수십만 원 단위의 보증금은 부담이다.
특히 조업 특성 상 강한 풍랑과 조류, 태풍 등 기상 악화로 ‘자연 유실’이 발생하게 되면 사실상 바다에서 어구를 찾기가 어렵고 보증금도 찾을 수 없는 돈이 된다. 여기에 타 어선과의 꼬임 등으로 어구·부표가 유실돼 새로 구입해야 하는 일도 빈번한 게 현실이다.
해남에서 통발 어업을 하는 김성철(55)씨는 “어민 입장에서는 과실이나 무단 투기가 아님에도 회수할 수 없게 떠내려간 어구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어구를 잃어버린 손실에다 이미 납부한 보증금까지 돌려받지 못하는 ‘2중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기존 해양폐기물 수거사업들과의 중복성도 실효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와 연안 지자체들은 2015년부터 ‘폐스티로폼 반납 및 친환경 부표 보급사업’으로 어가에 폐스티로폼 부표의 60~100%를 의무 반납토록 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는 침적 폐기물 수거사업, 바다환경지킴이, 조업 중 수거보상제 등을 운영해 기존 사업에서도 폐어구와 폐부표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여러 사업을 통해 통발 등 폐어구 회수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구·부표 보증금제’ 도입은 불합리한 2중 3중 과세라는 불만이 어가 현장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국수산자원공단 어구보증금관리센터에 따르면 통발 회수량은 2024년 12만 2186개에서 2025년 29만 2780개로 2.4배 가량 증가했다. 어민들은 이같은 수치적 증가가 어구·부표 보증금제 도입에 따른 성과보다는 기존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회수된 물량이라는 주장이다. 어민들은 이미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자발적으로 폐어구 수집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구·부표 보증금제를 통해 거둬진 보증금 중 미환급 보증금의 처리 방식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어구 유실로 인해 발생한 미환급 보증금은 한국수산자원공단에 예치된 뒤 해양수산부 장관 보고를 거쳐 어구 등의 회수율 향상을 위한 홍보, 어구 회수거점 등 관련 시설의 설치·운영,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활동 등 제도 운영에 사용된다. 어민이 자연재해 등으로 어구를 잃어버려 찾지 못한 미환급 보증금을 어민 피해 보호 등이 아닌 국가 예산을 들여야할 제도 유지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진도군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철웅(61)씨는 “국민이 낸 국가 세금으로 진행해야할 해양환경 보전 사업 비용을 열악한 어민들이 낸 보증금으로 충당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하며, 최소한 어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폐어구를 반납한 어가에 보상금으로 지급하던지, 아니면 어민 복지 비용으로 활용하던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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