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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서울 아파트와 싸우는 동안

정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고전번역원·동북아역사재단을 합쳐 가칭 ‘한국학역사고전연구원’을 만든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학 연구·교육, 고전번역, 동북아 역사·독도 정책을 ‘유사·연계’라는 말 외에 왜 하나의 법인에 묶어야 하는지 판단할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양승훈의 인터페이싱]서울 아파트와 싸우는 동안

정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고전번역원·동북아역사재단을 합쳐 가칭 ‘한국학역사고전연구원’을 만든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학 연구·교육, 고전번역, 동북아 역사·독도 정책을 ‘유사·연계’라는 말 외에 왜 하나의 법인에 묶어야 하는지 판단할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학술연구 정책이라는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후속 보도는 통합의 타당성이 아니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지방으로 가면 그 부지에 주택을 얼마나 지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의 다른 연구·공공기관 이전 부지에는 주택 2800호를 짓는 계획이 잡혀 있다.

서울·수도권에는 아파트 말고 가치 있는 것이 없는가. 그러나 전국의 산업도시에 공장과 노동자들이 배치되기는 했지만, 대기업 본사·대학·연구·의료·문화와 자산 상승의 과실은 공간분업 과정에서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것이 서울 아파트의 입지 프리미엄이다. 용산·탄천 등 수도권 공공부지 몇곳에 주택을 더 짓는 것만으로 그 프리미엄까지 없앨 수는 없다.

더 넓고 쾌적하며 직장과 가까운 집, 자산 가치가 지켜지는 집을 바라는 한국인들의 마음은 긍정해야 한다. 낡고 좁은 집에 만족하라고 훈계할 수는 없다. 서울 주거비가 너무 비싸고 아파트 게임 진입이 극도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2억9000만원. 생애 최초 구입자가 6억원을 빌려도 취득 비용까지 약 7억4000만원의 현금이 든다. 19~34세 청년의 2024년 평균 재산은 5000만원이었다. 규제를 풀어준다고 ‘서울 아파트 게임’에 진입할 수 있는 청년은 선별돼 있다. 유효수요층은 높은 맞벌이 소득과 이미 축적한 자산, 가족 지원, 회사 주거 대출까지 동원할 수 있는 상층 계급인데, ‘아파트 게임’이 청년 전체의 주거 요구로 과대표되고 정책당국이 반응하는 게 문제다.

시급한 건 감당 가능한 임대료

그럼에도 더 많은 청년에게 시급한 것은 매수가 아니라 감당 가능한 임대료와 안전하게 오래 살 집이다. 올해 1~7월 서울 임대차 신고거래 10건 중 7건에 월세가 꼈고, 비아파트 거래의 월세 비중은 78%였다. 감당 가능한 임대를 공급하는 일은 내 집 마련의 ‘사다리’와 별개의 정책 영역이다. 2024년 서울 일반 가구 가운데 아파트 거주 가구는 44.4%, 자가점유 가구는 44.1%였다. 비아파트 거주 가구와 임차 가구가 각각 과반인데, 이들을 곧 ‘소수’이거나 ‘열위 주거 거주자’로 판단하는 관성이 잘 깨지지 않는다. 실거주 의무와 세제·대출 규제는 임대 재고 효과까지 따져야 했다. 그러나 정책 메시지는 거칠었고, 부동산 정책은 최근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1순위였다.

더불어 다세대·연립은 서울 주택 재고의 30%인데 2024년 준공 주택에서는 12.5%였다. 서울 정비사업의 공급은 대부분 아파트로 수렴한다. 그 사이에서 아직 아파트를 선택하지 않거나 선택할 수 없는 모든 이는 주택정책에서 소외되고 만다. 공공매입은 있지만 비아파트에 대한 신뢰 회복을 정책을 통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청년안심주택 공공임대 경쟁률은 105 대 1이었다. 청년을 비롯, 꼭 필요한 계층에게 공공임대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데, 저렴한 민간임대가 늘어날 복안도 보이지 않는 것이 서울의 문제다.

최근 20년간 비수도권 청년층은 서울로 계속 순유입됐지만, 수도권 안에서는 서울 청년층이 계속 순유출됐다. 2024년에도 서울은 비수도권과의 이동에서 직업·교육으로 5만2000명을 순유입했고, 수도권 내부에서는 주택·가족으로 9만2000명을 순유출했다. 생애주기와 겹쳐보면 서울은 진학·취업기에 끌어들이고 정착기에 밀어내는 관문으로 읽힌다. 비수도권의 싼 집은 일자리·인프라 격차가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국민 절반 가까이는 수도권 밖에 산다. 정부·국회·유튜버·매수 대기층이 벌이는 서울 핵심 아파트 싸움이 국가 의제로 중계될수록 비수도권에 사는 이들에게는 짜증만 쌓인다.

정부, 이젠 수도권 집중과 싸워야

주거정책은 하나에 꽂히면 균형이 무너진다. 과세는 원칙에 따라 하고, 가격에는 과열과 폭락을 막을 만큼만 개입하며, 임차인을 보호하고 부담 가능한 임대를 공급해야 한다. 매매도 원활해야 한다. 동시에 비수도권에 일자리·대학·연구·교통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1년여 서울 핵심 아파트와 싸우느라 정부의 에너지를 허비했다. 이제는 주거정책의 균형을 회복하고 대통령이 ‘엄청난 비효율’을 낳는다고 한 수도권 집중과 싸워야 하지 않는가.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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