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 9단(왼쪽)이 3연승을 달리던 중국 양딩신 9단을 제압하고 한국에 첫 승리를 안겼다. 한국기원 제공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바둑도 ‘천적 관계’가 있다. 이날 ‘바둑 삼국지’에서 펼쳐진 승부는 그 어느 때보다 천적 관계가 잘 입증된 대국이었다.
변상일 9단이 중국 양딩신 9단의 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며 한국에 제28회 농심신라면배 첫 승을 안겼다. 변 9단은 12일 중국 베이징 주중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제2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4국에서 3연승을 질주하던 중국 선봉 양딩신 9단에게 19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중국은 대회 첫 패배를 당했고, 한국은 첫 승리를 따냈다.
대국 개시 이후 단 한 번도 상대에게 우세를 내주지 않은 깔끔한 완승국이었다. 변상일 9단은 양딩신 9단의 실수를 정확하게 응징하며 초반부터 앞서 나갔다. 중반 전투서 잠깐 추격을 허용했지만, 백116이 승착으로 흑의 요석을 두텁게 잡아서는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변상일 9단은 “그동안 농심배에서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데, 첫 승을 거둘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면서 “초반에 흐름이 별로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에는 흐름이 바뀌어 계속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야마 유타 9단에게 중요한 시합에서 많이 졌는데, 이번에는 잘 준비해서 최대한 이길 수 있는 데까지 연승을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승리로 변 9단은 상대 전적에서도 양딩신 9단에게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 승리를 추가한 변 9단은 양딩신 9단과 지금까지 총 9번 만나 7승2패로 압도하고 있다.
4전5기, 농심배 5번 출전 만에 첫 승리를 거둔 변상일 9단. 한국기원 제공
이번 승리는 변상일 9단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 랭킹 4위인 변 9단은 이번이 다섯 번째 농심신라면배 출전임에도 승리가 없었다. 그동안 본선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며 4패만을 떠안고 있었지만 마침내 첫 승을 신고했다. 변 9단은 지난 7월 국내선발전 결승에서 안성준 9단에게 패해 탈락했지만 후원사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바 있다.
한국은 첫 주자 안성준 9단이 양딩신 9단에게 패했지만, 두 번째 주자 변상일 9단이 중국의 연승을 끊어내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은 변 9단을 비롯해 신진서·박정환·신민준 9단 등 4명의 선수를 남긴 채 부산에서 열릴 2차전을 맞게 됐다.
중국은 양딩신 9단이 탈락하면서 왕싱하오·당이페이·투샤오위·랴오위안허 9단 등 4명이 남았고, 일본은 후쿠오카 고타로와 위정치가 탈락해 이치리키 료·이야마 유타·시바노 도라마루 9단 등 3명이 생존했다.
이날 대국을 끝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본선 1차전 1~4국이 모두 마무리됐다. 대회는 장소를 부산으로 옮겨 오는 11월27일, 2차전 5국부터 승부를 이어간다. 2차전 첫 대국에서는 변상일 9단이 일본 세 번째 주자 이야마 유타 9단과 맞붙는다.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2:2로 팽팽하다.
한편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제4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본선 4국에서는 일본 유키 사토시 9단이 중국 위빈 9단에게 14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2연승을 기록했다. 13일 속행하는 백산수배 본선 5국에 한국은 원조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이 두 번째 주자로 출전해 유키 사토시의 연승 저지에 나선다.
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는 제2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우승 상금은 5억원이며, 제4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우승상금은 1억8000만원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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