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한 뒤 소비자가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막막함이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보험금은 어떻게 청구하지”, “필요한 서류는 무엇이지” 같은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보험약관을 읽다가 어려운 용어에 막히거나, 가입하는 과정에서 높은 문턱에 멈추는 일도 마찬가지다.
보험사들은 이런 불편을 직접 듣고,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해 개선하고 있다. 고객패널 제도는 이런 변화의 대표적인 창구다. 고객패널 제도란 보험사 상품과 서비스,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고객의 체험과 의견을 모아 개선과 개발에 반영하는 구조다.
DB손해보험은 지난 2010년부터 ‘소비자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15년 동안 331명이 활동했고, 총 1137건의 제안을 냈다. 이 가운데 소비자보호 정책으로 채택된 안건은 900건, 약 79%에 이른다.
대표 사례는 차 사고 뒤 안내 공백을 줄인 보상 시스템 개선이다. 보상 안내에 인공지능 로보텔러(AI Agent)를 연계해 사고 초기 접수와 취소, 교통비 지급, 지급지연 등 7개 시나리오를 안내하고 있다. 알림톡을 통해 주민번호, 병원, 수리처, 사고사진 등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 ‘내보험금알아보기’와 교통비 안내 URL 등 후속 절차로 연결하는 구조다. 사고 직후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고, 빠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생명은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소비자보호 패널을 운영한 회사다. 지난 2004년부터 제도를 도입해 올해 22주년을 맞는다. 계약자와 피보험자 중 선정된 2000명이 연 2회 활동한다. MZ세대부터 65세 이상 고령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다.
대표 사례는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연금 가입 개선이다. 고객패널 간담회에서는 모바일로 연금에 가입하려는 시니어 고객들이 최소 보험료인 일시납 1000만원을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금액과 환급금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삼성생명은 이를 상품개발에 즉시 반영했다. 가입 하한선을 200만원으로 낮춘 상품인 ‘바로받는 연금’을 출시했고, 예상 수령액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디지털 전용 서비스 ‘연금Lab’도 신설했다. 가입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고령층도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약관도 손봤다. ‘제척기간’처럼 생소한 전문용어가 소비자의 이해를 가로막는다는 의견을 반영해 조항별 부연 설명을 추가했다. 보험 가입 이후에도 소비자가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KB라이프는 지난 2022년부터 고객패널 ‘KB 스타지기’를 운영해왔다. 지난해 4기를 마친 KB 스타지기는 MZ세대 10명으로 구성된 ‘라이프 스타지기’와 우수고객 11명으로 구성된 ‘나름답게 스타지기’ 등 총 21명으로 운영됐다.
이 가운데 ‘라이프 스타지기’는 MZ세대 시각에서 온라인 상품 정보 탐색과 가입 과정을 점검했다. ‘나름답게 스타지기’는 시니어 고객 관점에서 연금과 요양돌봄 서비스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KB라이프가 내놓은 대표 상품은 ‘KB넥스트 레벨업 연금보험’이다. 납입보험료 대비 연금액 지급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요양돌봄서비스의 경우 콘텐츠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고, 요양기관 찾기 등 정보도 추가했다. 고객 특성에 따라 불편 지점을 나눠 보고,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한 사례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9년부터 총 850명이 참여한 ‘고객동맹자문단’을 운영해 왔다. 현재는 소비자보호팀을 따로 꾸려 인터뷰를 통해 개선 아이디어를 지속 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는 연금개시 도래 전 안내 강화다. 고령층은 연금개시 절차를 제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를 반영해 그간 안내하던 이메일과 우편 발송에 더해 1개월 전 상담사가 먼저 전화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서비스를 추가했다. 또 법인계약의 고객정보 변경 신청 채널을 방문과 유선에서 모바일(M-LIFE)까지 넓혔다. 특정 채널에만 의존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인 조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보험사는 정기적으로 소비자 패널의 의견을 수용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장서현 기자 flominng@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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