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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알래스카 원주민이 전하는 이 시대의 희망

정형민 감독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 중 알래스카 원주민 ‘클링깃’ 사람들이 부족 상징물이 조각된 토템폴을 세우는 장면.

알래스카 원주민이 전하는 이 시대의 희망

경남 출신 정형민 감독 새 다큐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

4년간 알래스카 탐사한 기록

원주민 ‘클링깃’ 삶 의미 조명

정형민 감독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 중 알래스카 원주민 ‘클링깃’ 사람들이 부족 상징물이 조각된 토템폴을 세우는 장면. /정형민 감독

정형민 감독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알래스카의 시원한 풍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원주민 ‘클링깃’ 사람들과 함께다.

그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가 4일 개봉해 전국 독립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상영 중이다. 경남에서는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볼 수 있다. 경남을 포함해 전국을 돌며 상영회나 공동체 상영 행사도 계속 진행 중이니 그의 누리소통망(SNS) 계정을 살펴보고 직접 찾아가는 것도 좋겠다.

문화인류학자에서 감독으로

경남 출신 정 감독은 인류학자이자 오지탐험가다. 함안에서 태어나 의령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마산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경북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는다.

“인류학을 선택한 이유는 민족과 민족,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본보 인터뷰 중에서)

하지만, 9.11테러나 아프간 난민 사태를 보며 그런 상황에서 인류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괴로워하다 학위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다큐멘터리 번역작가로 활동하다가, 자신도 카메라를 들고 오지 탐험을 시작한다.

그렇게 2014년 히말라야, 2015년 무스탕, 2016년 미얀마, 2017년 티베트 카일라스를 다녀온다. 그것도 어머니와 함께였다. 이후 2017년 다큐멘터리 <무스탕 가는 길>, 2020년 <카일라스 가는 길>을 개봉했다.

영상 속 정 감독의 어머니는 여든이 넘었지만 호기심과 열정이 가득한 모습이고, 경상도 사투리로 현지인·외국인과 거침없이 대화하며 특유의 소통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알래스카에서 4년

알래스카를 탐사하고 있는 정형민 감독. /정형민

이번 영화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는 정 감독이 4년에 걸쳐 알래스카를 탐사한 기록이 담겼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함께하진 않았다.

정 감독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덮쳤던 2020년부터 알래스카 최북단 마을 야쿠타트 일대를 탐험하며 원시의 숲과 빙하, 바다를 품은 남동 알래스카의 대자연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원주민 ‘클링깃’ 사람들의 삶을 영상에 담았다.

클링깃 중에서도 ‘곱사연어 씨족’인 기니낙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뤄진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제작 중단 위기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알래스카 주립박물관, 실라스카 원주민 재단, 실라스카 원주민 법인, 싯카 국립 역사공원, 야쿠타트 부족정부, 싯카 부족정부 등 현지 기관과 공동체의 협조와 지지 속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클링깃은 ‘사람’이란 뜻인데, 수천 년 동안 알래스카 동남부와 캐나다 서부 지역 원주민을 이르는 말이다.

클링깃 사람들은 어머니의 피를 따르는 모계 혈연사회고, 특히 곱사연어 족처럼 어업에 의존하여 수렵채집생활을 해오던 부족이다.

영화를 보면 이미 다양한 민족이 섞여 들었고, 외모가 거의 서양인에 가까운 이들도 많다. 참전 용사를 우대하고,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등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영화 속 클링깃 사람들은 지금도 자연과 함께 하는 부족 전통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보전하려고 애쓰고 있다.

감독이 본 희망은

정형민 감독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 중 알래스카 최북단 야쿠타트 풍경. /정형민

정형민 감독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 중 고향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전통을 이어가는 알래스카 원주민 ‘클링깃’ 청년. /정형민

특히, 영화 속에서 젊은 클링깃 청년의 이야기가 인상이 깊다. 그는

미국 큰 도시 대학을 다니면서도 늘 불편한게 있었고, 결국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영상에서 보이는 알래스카는 푸른 빙하와 울창한 숲, 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참 평화롭게 보인다.

클링깃 사람들은 자신들을 곰, 범고래, 상어처럼 동물의 이름으로 부를 만큼 스스로를 그저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땅이나 바다를 내 것으로 만들거나 마음대로 다루려 하지 않고, 자연이 내어주는 것에 늘 고마워하며 살아간다.

서구 열강에 땅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언와 문화까지 금지된 아픈 역사를 견뎌오면서도, 여전히 대지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려는 전통을 지키려고 하는 것에서 정 감독은 희망을 보았던 것 같다.

대단한 물건이나 돈이 없어도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갈 때 우리 삶이 얼마나 넉넉하고 편안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사는 지구를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하는 영화다.

상영회 곳곳서 진행 중

영화는 다양한 곳에서 지원을 받았다.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제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IDFA) ‘코리아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됐고,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KBS 그리고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을 받았다. 경남도와 경남문예진흥원 개봉 지원으로 지난달 서울 용산CGV아이파크몰 공식 시사회에 이어 4일 정식 개봉했다. 지금은 창원 씨네아트 리좀을 포함해 전국 독립영화, 예술영화 상영관을 중심으로 상영하고 있다.

정 감독은 현재 전국에 열리는 상영회 일정으로 바쁘다. 경남에서도 창원, 고성, 하동 등에서 상영회가 열렸다. 이후 경남 일정만 보면 16일 오후 7시 CGV김해에서 감독 초청 특별 상영회(2인 1만 원)가, 18일에는 창원 씨네아트 리좀에서 도민 초청 특별 상영회(무료 관람, 50명 선착순)가 열릴 예정이다.

정형민 감독 <희망의 발견, 알래스카에서> 공식 포스터. /정형민 감독

/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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