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정밀의료와 AI 신약 개발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국가 간 '바이오 빅데이터' 확보 경쟁이 총성 없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대규모의 유전체 정보를 통합하며 질병 정복에 속도를 내는 사이 한국은 기관 간 데이터 단절과 규제 장벽에 막혀 미래 바이오 산업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생명공학 정책 연구소에 따르면 바이오 데이터는 의료, AI, 생명과학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잡으며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유전체 분석 기술과 의료 데이터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정밀의료와 맞춤형 치료 개발의 기반 데이터 확보 경쟁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추진 중인 'All of Us' 연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에서 100만 명 규모의 참여자를 모집해 유전체 정보와 전자의무기록(EHR), 생활습관 데이터, 환경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수집하는 대형 연구 사업이다.
2025년 기준 약 85만 명 이상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7만 명 이상이 유전체 데이터 제공과 건강 정보 공유 등 핵심 참여 절차를 완료했다. 연구자들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위험 요인 분석과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도 국가 차원의 바이오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영국 정부와 연구기관이 공동 운영하는 UK 바이오뱅크(UK Biobank)에는 약 50만 명 규모의 유전체·의료·생활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해당 데이터는 MRI 영상, 전자의무기록, 유전체 분석, 생활습관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한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은 국가 차원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임상정보, 유전체, 생활 데이터 등을 연결한 다차원 바이오 데이터 활용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즉,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바이오 데이터 확보를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 데이터 경쟁은 단순한 연구를 넘어 국가 산업 전략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100만 명 규모 코호트 연구를 중심으로 의료데이터 공유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은 GDPR 체계를 기반으로 유전체 데이터 공유 프로젝트인 '1+ Million Genomes Initiative'를 추진 중이다. 중국 역시 정밀의료 프로젝트를 통해 1억 명 규모 유전체 데이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데이터는 AI 의료기술 개발, 신약 타깃 발굴, 질병 예측 모델 개발 등 바이오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와 AI 기업들은 바이오뱅크와 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신약 개발과 의료 AI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는 '데이터 단절' 구조…활용 제한
반면 국내 바이오 데이터 활용 환경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현재 국내 의료 데이터는 임상 데이터와 연구 데이터가 분리돼 관리되고 있으며, 공공기관과 병원, 연구기관마다 서로 다른 데이터 수집·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데이터 연계와 2차 활용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중심의 규제로 인해 연구 목적의 데이터 활용에도 복잡한 동의 절차와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반 유전체 데이터의 경우 병원마다 다른 형식으로 저장되는 경우가 많아 데이터 표준화와 메타데이터 체계 구축이 미흡한 상황으로 지적된다.
국제적으로는 의료 데이터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HL7 FHIR, OMOP CDM 등 데이터 표준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의료기관 간 데이터 구조와 기록 방식이 달라 실제 연구 활용 단계에서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의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데이터 연계와 표준화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 데이터는 유전체 정보뿐 아니라 임상 진료 정보, 의료 영상, 생활습관 데이터, 환경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할 때 가장 큰 가치가 창출된다.
정부도 바이오 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밀의료 구현을 목표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결합한 대규모 연구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수십만 명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과 보건의료 데이터 표준화 정책 등을 통해 병원 간 데이터 연계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의료기관 간 데이터 구조와 표준이 상이해 실제 연구 활용과 산업 활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제도적·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의료기관, 공공기관, 연구기관 간 데이터를 연결하는 국가 단위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함께 국제 표준 기반 데이터 관리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의료와 AI 신약 개발 시대에는 결국 데이터 규모와 품질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의료 데이터 표준화와 기관 간 데이터 연계 체계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구축하지 않으면 글로벌 바이오 빅데이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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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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