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주민 74% ATM 1㎞ 밖…전국서 금융소외 가장 심각
디지털 금융 가속화에 고령층 많은 농어촌 금융서비스 불모지 전락
전국 ATM 이동거리 2㎞ 초과 지역 4년 새 70% 늘어…모두 지방 군 단위
2026년 10월 05일(월) 17:50
/클립아트코리아
전남 신안군 주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하기 위해 1㎞ 이상 이동해야 하는 지방 농촌 지역의 금융 소외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디지털 금융 전환 가속화에 따라 지방을 중심으로 은행 점포 폐쇄가 집중되면서 현금 사용 의존도가 높은 고령층이 거주하는 농어촌이 금융 서비스 불모지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금융결제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ATM 접근성이 가장 열악한 곳은 전남 신안군으로 조사됐다. 신안군 주민의 74.4%는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ATM까지의 거리가 1㎞를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신안군의 ATM 평균 접근 거리는 2022년 2590.2m에서 올해 2735.2m로 4년 사이 145m 멀어졌다. 육지와 다리로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섬 지역이라는 지리적 불리함과 인구 감소세 및 고령화 등으로 은행 점포 등 금융 인프라 철수가 더해지면서 주민들이 금융서비스 이용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적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단순한 거리적으로는 옹진군이 2022년 ATM 이용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2022년 2159.0m에서 올해 2821.5m로 662.5m 늘어나며 가장 긴 거리와 거리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만 옹진군은 인천 내 금융 인프라가 잘 갖춰져 거주지로부터 ATM까지 1㎞ 이상 이동해야 하는 인구 비중이 47.1%에 그쳤다. 이처럼 주민 생활권 내에 ATM이 없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전남을 비롯한 전국 농어촌 군 지역 전반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전국 시·군·구 중 주민 절반 이상이 ATM 기준 1㎞ 밖에 거주하는 지자체는 34곳에 달했으며, 이들 모두 비수도권 농어촌 군 단위 지역이었다. 신안군에 이어 전북 진안군(67.5%), 대구 군위군(67.2%), 경북 봉화군(64.9%) 등이 높은 ATM 이용 소외율을 보였다.
ATM까지의 평균 이동 거리가 2㎞를 넘는 극심한 금융서비스 소외를 겪는 지자체도 2022년 10곳에서 2026년 17곳으로 70% 급증했다. 해당 17곳의 지자체 역시 옹진과 신안을 비롯한 모두 비수도권 군 지역에 집중됐다.
반면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은 수백 미터 이내에 ATM이 밀집해 있어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였다. 서울 광진구와 중랑구의 경우 ATM까지의 평균 이동 거리가 153.8m에 불과했다. 면적당 ATM 밀집도에서도 서울 중구(1㎢ 당 83.0대)와 부산 중구(1㎢ 당 70.3대)를 기록했지만, 경북 영양군은 1㎢당 0.038대에 그쳤다.
주민들이 ATM 이용을 위해 이동하는 체감 거리 변화도 차이가 컸다. 최근 4년간 ATM 감소율은 서울(-13.2%)이 강원(-8.5%)보다 높았지만, 실제 주민이 체감한 이동 거리 증가 폭은 서울이 6.3m, 강원은 31.4m로 집계됐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기존 ATM 밀집도가 높아 일부 기기가 철수했더라도 영향이 미미했지만, 지방 농촌지역에서는 ATM이 몇 대만 철수하더라도 주민들의 체감 거리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소규모 지자체에서 ATM 철수 대안으로 제시되는 편의점 계산대를 활용한 현금인출 서비스 등 대체 인프라도 수수료 부담과 홍보 부족 등으로 이용 실적이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고 현금 이용 비중이 높은 농촌 고령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이 지속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현금 접근성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고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추세다. 스위스는 국민의 현금 이용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정한 현금 공급을 국가의 의무로 헌법에 명시했고, 영국과 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 역시 금융회사의 현금 인프라 유지 의무를 법제화하고 있다.
정태호 의원은 “디지털 금융 전환 과정에서 고령자와 농어촌 주민 등 금융 취약계층이 현금 이용에서 소외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현금 접근성을 공적인 의무로 보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만큼 금융서비스 취약 지역의 현금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공공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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