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어둠 건넌 시인의 노래…오페라 ‘용아’
전남광주시립오페라단, 18~19일 전당 소극장서 제22회 정기공연
2026년 09월 08일(화) 12:50
일제강점기, 우리말로 시를 쓰는 일은 시대에 맞서는 일이었다. 광주 송정 출신 시인 용아 박용철은 김영랑, 정지용 등과 함께 문예지 ‘시문학’을 창간하며 한국 현대시의 한 흐름을 열었다. 짧지만 뜨거웠던 그의 삶이 오페라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
전남광주시립오페라단은 오는 18~19일 전남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제22회 정기공연 창작오페라 ‘용아’를 선보인다.
‘용아’는 광주를 대표하는 시인 박용철의 생애와 문예지 ‘시문학’ 창간 과정을 모티브로 한다. 한 시인의 삶을 단순히 전기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사랑과 고뇌, 상실, 예술을 향한 신념을 오페라의 서사로 풀어낸다.
무대는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광주 송정 출신의 젊은 시인 박용철은 오랜 벗 김영랑, 정지용과 만나 암울한 시대 속 문학의 역할을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이화전문학교 출신 임정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우리말과 문학을 지키기 위한 뜻을 함께 품는다.
이들의 꿈은 순수 한글 문예지 ‘시문학’ 창간으로 이어진다. 박용철과 동료 문인들은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조선의 언어로 문학을 세우려 애쓴다. 그러나 총독부 관료의 압박과 시대적 탄압, 점점 악화되는 박용철의 병은 이들의 삶을 흔든다.
2막에서는 사랑과 문학을 지키려는 인물들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박용철은 병마 속에서도 김영랑과 정지용의 시집을 펴내며 문학에 대한 신념을 놓지 않는다. 끝내 서른다섯의 짧은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문학을 향한 마음을 간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해학을 함께 담아낸다. 서정적인 선율과 극적인 장면 전개, 연극적 요소가 어우러져 문학과 음악, 무대예술이 만나는 창작오페라의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특히 광주 출신 시인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역 문화유산을 공연예술로 다시 조명하는 의미도 크다. 시문학의 정신과 박용철의 삶을 오늘의 무대로 불러내 지역의 역사와 문학을 보다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철 예술감독은 “창작오페라 ‘용아’는 광주가 간직한 소중한 문화자산을 공연예술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며 “‘용아’가 광주의 자부심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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