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심리 사전- 린다 N. 에델스타인 지음/지여울 옮김/부키/2만8000원
인물 내면 세계를 표현한 이미지. 흥미로운 내용을 담은 ‘캐릭터 심리 사전’은 창작자가 인물을 치밀하게 구성하는 데도 유용한 책이다.
AI가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수많은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스토리 범람 시대이다. 비슷한 이야기, 새로울 것 없는 인물, 그렇고 그런 클리셰 역시 넘쳐 나고 있다. 그래서 캐릭터의 조건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시대에 살아남는 작가는 AI가 파고들지 못하는 것, 쇼츠로는 담아낼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복잡성을 이야기하는 작가이다.
린다 N. 에델스타인의 ‘캐릭터 심리 사전’은 작가들이 생생한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도록 수백 가지 성격 특징 목록을 정리한 책이다. 아마존 작법 분야 초장기 베스트셀러이자, ‘최고의 작법서’로 꼽히는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됐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이자 작가이며 전직 교수이다.
범죄 피해를 겪고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청소년 이야기를 쓸 때, 단순히 ‘상처 입은 인물’이라는 설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발달단계에 따른 심리 변화,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 감정 억제와 재경험, 고립, 감각 둔화 등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같은 사건을 겪었더라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내면의 반응을 보인다. 살아온 경험과 환경, 성격적 특징이 층층이 쌓여 드러나는 결과다. 작가가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구성할수록 캐릭터는 ‘겹’을 갖게 되고, 그 겹이 두터워질수록 현실의 우리처럼 감정과 논리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이 책은 린다 N. 에델스타인이 30년 이상 축적한 임상 경험과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나 트라우마를 겪는 인물 등 문제적 캐릭터의 내면 분석은 물론, 영유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생애 전 주기의 성격적 특징을 폭넓게 조망한다. 여기에 신체 조건, 직업, 가족 관계 같은 외부 환경이 인물의 심리와 어떻게 얽히는지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체계적으로 정리한 400여 개 심리·행동 유형은 그냥 읽는 것만으로도 어떤 실존인물처럼 느껴진다. 작가 입장이 되어 그 유형을 자유롭게 조합하다 보면 한층 더 다층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심리학 이론서 같은 건 안 봐도 될 것 같다.
구체적인 설계의 단서도 제공한다. 성장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심리(3장), 범죄자의 유형과 심리(5장), 인생의 전환점 중 트라우마(9장),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10장) 등을 참고하면, 캐릭터가 겪는 신체·정신적 반응을 더 구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저자는 작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작가는 인간 심리에 숨은 수수께끼를 해명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어두운 면에 빛을 비추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어쩌면 작가는 심리학자보다 더 심리학자처럼 살아야 하는 직업일지도 모른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구축을 목표로 하는 ‘쓰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물론 ‘읽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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