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간이전망대에서 바라 본 강남 일대의 고급 아파트 단지. 서성일 선임기자
주택을 보유했더라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구 간 자산 격차가 7년 새 20% 넘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집을 가졌는지보다 수도권에 집을 가졌는지가 자산 불평등 확대에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다.
28일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의 ‘불평등에 관한 연구: 소득과 자산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주택을 가진 가구만 놓고 봤을 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가구 사이의 자산 격차를 의미하는 ‘그룹간 지니계수’는 2017년 0.111에서 2024년 0.137로 23.4%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격차가 작고, 1에 가까울수록 크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전 고점대였던 2022년 그룹간 지니계수만 봐도 0.163로 2017년보다 약 47%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수도권 유주택 가구끼리, 비수도권 유주택 가구끼리의 자산 격차는 같은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 유주택 가구 전체와 무주택 가구 전체의 자산 격차도 기존 수준에서 뚜렷하게 더 확대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최근 자산 불평등 심화에는 주택 보유 자체보다 수도권 주택 보유에 따른 이른바 ‘수도권 프리미엄’이 더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약 75%를 차지하는 가운데 주택 보유 자체보다 어느 지역의 집을 소유했는지가 자산 격차를 가르는 데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 불평등이 확대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이 높은 상황에 주목했다. 이 배율은 2006년 4.2배에서 2022년 6.3배로 높아져 주택가격이 소득보다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증분석에서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이 높은 상황에서 주택 수요가 늘면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가 서로에 영향을 주면서 집값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현재와 같은 상승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PIR이 높은 지역은 수도권으로, 구조적으로 주택 수요가 높은 반면 공급은 상대적으로 제약돼 있다”며 “주택을 이미 소유한 가계는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으로 더 높은 경제 수준을 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산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총자산 기준 지니계수는 2017년 0.572에서 2024년 0.592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소득 기준으로 불평등 격차는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소득은 하위 75%의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격차가 줄어든 반면, 자산은 상위 25%의 점유율 확대가 불평등 심화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부동산 보유세는 강화하고, 부담이 큰 거래세와 양도세는 완화하는 방향의 세제 개편을 제안했다. 또 자산 불평등 확대에 수도권 프리미엄이 중요하게 작용한 만큼 획일적인 부동산 규제보다 지역별 주택시장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도권 프리미엄이 수도권 쏠림에서 비롯되는 만큼 비수도권 권역별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국토균형발전 정책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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