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양덕동서 발견돼 덴마크 입양
두 아이 아빠 된 김종민 씨, 가족 찾아
유전자 등록·진실규명 신청 등 노력
내년 5월 가족과 마산 방문 예정
김종민(맨 왼쪽) 씨가 올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 /김종민 제공
“저에게 생명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1985년 6월 3일 오후 9시께, 옛 마산시 양덕동 61-35번지(현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남2길 16-10) 한 주택 대문 앞에서 한 남자 신생아가 노란 이불에 싸인 채 발견됐다. 그해 덴마크로 입양된 아이는 어느덧 두 자녀의 아버지가 됐다. 41년이 흐른 지금, 김종민(41) 씨가 자신의 친부모와 가족을 찾고 있다.
김 씨의 추정 생일은 1985년 6월 1일이다. 발견 당시 기록에는 ‘비교적 허약한 것으로 보이고 온몸에 땀띠가 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는 왼쪽 발목에 콩알만 한 푸른 점 세 개가 있다. ‘김종민’이라는 이름과 생일은 보육시설이나 복지회에서 임시로 지어준 이름으로 추정된다. 출생과 친부모에 대한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양덕파출소 의뢰로 마산 애리원에 맡겨진 그는 같은 해 6월 28일 홀트아동복지회로 인계됐다. 7월 서울 마포구에서 단독 호적이 만들어졌고, 8월 13일 덴마크 입양 동의가 이뤄졌다. 이후 경남과 서울 위탁가정을 거쳐 11월 19일 덴마크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2025년 초에 홀트아동복지회에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은 배경정보. 발견 장소와 시간, 노란 이불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김종민 제공
현재 김종민 씨 모습. /김종민 제공
그가 자신의 뿌리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가 되면서부터다. 김 씨에게는 14살 아들과 7살 딸이 있다. 가정을 꾸리면서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그의 가족은 식탁에 둘러앉아 한국에 있을 김 씨 부모가 어떤 분들일지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사랑이 가득한 분이고, 할아버지는 재미있고 다정한 분일 거라고 말한다. 김 씨는 “우리 가족은 깊은 사랑과 유머·웃음, 서로를 향한 따뜻함으로 가득한데, 그 일부는 분명 제 한국 쪽 뿌리에서 온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한국 가족에 대해 물어도 김 씨는 아무 대답도 해 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아이들은 한국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한다. 한국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만나 보는 것이 소원이다.
김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자신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 그는 “아이를 떠나보내는 일은 어머니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힘든 결정이었을 것입니다”라며 “혹시 지금도 노란 이불에 싸여 있던 그 아기를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 이제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었고,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꼭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종민 씨 가족을 찾기 위한 포스터. /김종민 제공
김 씨는 지난해 초부터 가족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2025년 2월 아동권리보장원에 무연고 입양인 유전자 검사 대상으로 등록했고, 3월 한국을 방문해 서울 한 경찰서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올해 7월에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도 신청했다. 지난 2월 출범한 3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신청 건수 중 지난달 기준 인권침해·조작의혹(4678건) 다음으로 해외입양·집단수용시설(2563건)이 차지했다.
그는 내년 5월 11일 가족과 함께 다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자신이 발견된 마산 양덕동에 직접 서보고 싶다. 발견 직후 입소했던 애리원도 찾아가고 싶다. 자신의 삶이 시작된 장소를 두 아이에게 보여주는 일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의 어머니와 아버지, 또는 이 글을 읽으시는 가족 분께 말씀드립니다. 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1985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판단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의 삶과 사생활은 반드시 존중하겠습니다. 편하신 방법으로 조용히 연락주셔도 괜찮습니다. 마산과 양덕동 주민 여러분께도 부탁드립니다. 1985년 6월 어느 밤, 노란 이불에 싸인 아기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아주 작은 기억이라도 큰 힘이 됩니다.” 연락처: kimvintherj@gmail.com
/최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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