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SG학회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기업법제대응포럼 노란봉투법'을 개최했다.2026.03.13/이로운넷
이로운넷 = 남기창 책임에디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 사흘째인 13일, 개정 노조법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과 대응 방향을 ESG와 공급망 인권경영 관점에서 짚어보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단순한 노사 갈등 이슈를 넘어, 원청과 하청이 얽힌 공급망 전체의 책임 구조와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한국ESG학회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기업법제대응포럼 노란봉투법'을 개최했다.
포럼 주제 <노란봉투법과 ESG 'S(사회)'의 접점: 공급망 인권경영> 행사에는 서울시의회 이숙자 운영위원장, 김선수 전 대법관, 김린 인하대 교수, 김재현 노무법인 신명 대표,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호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조성은 이로운넷ESG랩 소장(전 여성가족부 국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의회 이숙자 운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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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은 이제 '논쟁의 법안'이 아니라 시행되는 제도"
이날 개회사를 맡은 고문현 한국ESG학회 회장은 "노란봉투법을 더 이상 찬반 공방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짚었다. 3월 11일 시행된 개정안이 이미 산업 현장에 들어온 만큼, 기업과 노동 모두 '현장 안착'을 위한 대응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고 회장은 "노란봉투법은 이제 '법안'이 아니라 시행되는 법"이라며 "어떻게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인권실사 체계에 대비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 국가인 만큼 노동 문제를 ESG와 공급망 차원에서 함께 봐야 한다"며 "노동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의 요소로 보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의 익숙한 대립 구도를 벗어나, 노동권 보장과 기업 경쟁력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전환의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번 포럼의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고문현 회장이 기조인사를 하고 있다. 2026.03.13/이로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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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전 대법관 "노란봉투법은 노동자 희생 위에 세워진 최소한의 제도"
첫 발제에 나선 김선수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석좌교수)은 노란봉투법의 역사적 배경을 1990년대 불법쟁의 손해배상 청구 관행부터 2009년 쌍용차 사태,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설명했다.
김 전 대법관은 "노란봉투법은 길게 보면 1990년부터, 짧게 보면 2009년 이후 노동자들의 투쟁과 희생, 그리고 죽음 위에서 입법된 것"이라며 "그동안 법원이 판례로 축적해온 내용을 일부 성문화한 것이고, 국제노동기준에 비춰보면 여전히 미흡하지만 노동 인권 후진국을 벗어나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ESG학회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기업법제대응포럼 노란봉투법'을 개최했다. 김선수 전 대법관이 발제를 하고 있다.
그는 개정안의 핵심을 ▲사용자 개념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정리했다. 특히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에 대해선 "이익을 누리는 자가 책임도 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공급망 인권실사(supply chain human rights due diligence)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생산 현장의 핵심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법적 책임 구조 바깥에 놓여 있던 하청·협력업체 노동자들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해관계자 범위 안으로 다시 편입시키는 변화라는 설명이다.
김 전 대법관은 "공급망에서 실제 생산과 필수 작업을 담당하는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 역시 분명한 이해관계자"라며 "원청이 교섭을 회피하거나 절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이는 오히려 ESG의 'S'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ESG학회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기업법제대응포럼 노란봉투법'을 개최했다. 김린 인하대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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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리스크만 볼 것인가, 사회적 지속가능성까지 볼 것인가"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린 인하대 교수는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을 '법률 리스크' 프레임에만 가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단지 노사 분쟁의 절차를 바꾸는 법이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위험의 외주화라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건드리는 제도라는 진단이다.
김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위험의 외주화, 인적자원의 왜곡 배분 같은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를 보면 노란봉투법은 단순히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주는 법이 아니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장치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 직후 교섭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즉각적인 법률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도 우려했다. "교섭 요구는 결국 '대화합시다'라는 신호인데, 처음부터 소송으로 끌고 가는 것은 상업적 합리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법률 비용과 갈등 비용, 평판 리스크를 감안하면, 초기부터 적대적 대응으로 가는 것이 반드시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대목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협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 설계가 장기 비용을 줄이고, 지역·산업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인다는 점에서다. 노란봉투법이 '기업 대 노동조합'의 제로섬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재설계하는 사회적 협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ESG학회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기업법제대응포럼 노란봉투법'을 개최했다. 토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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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하청-노조가 함께 바뀌는 '공급망 노사관계'의 시대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나타날 가장 큰 변화로 '공급망 단위의 노사관계'가 지목됐다.
김재현 노무법인 신명 대표는 "노란봉투법은 집단적 노사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본격화되면 기존의 기업 내부 노사관계를 넘어 원청-하청-원청노조-하청노조가 얽히는 새로운 공급망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투쟁보다 교섭 테이블 안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개별 사업장 단위에 갇혀 있던 기존 노사관계 모델이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제조업·물류·플랫폼·건설처럼 다단계 하도급과 외주 구조가 일반화된 산업에서는, 실질적 지배력과 형식적 사용자 지위가 분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 노란봉투법은 이 틈을 일부 메우려는 시도이며, 그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 방식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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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마케팅보다 성실교섭"… 현장에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과 신뢰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예측 가능성'을 꼽았다. 인권을 존중한다는 원칙 자체를 부정할 기업은 거의 없지만,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절차와 책임으로 구현될지에 대한 세밀한 설계가 부족하면 불신과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국 노사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불신과 대립"이라며 "노란봉투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제도 전반의 균형 있는 정비와 사회적 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동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역시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성실교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조합도 투쟁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사용자도 공포 마케팅이나 과도한 법률 대응에 매몰돼선 안 된다"며 "법원 판단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하고, 현장에서 자율적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여론전이 자칫 '경제 위기' '투쟁 조장' 같은 자극적 프레임으로 흐를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제 현장에 필요한 것은 위기 담론이 아니라 성실한 교섭 관행과 분쟁 예방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읽힌다.
조성은 이로운넷 ESG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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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노란봉투법은 규제가 아니라 공급망 경쟁력의 문제"
이날 토론에서 가장 분명하게 ESG·사회적경제 프레임을 제시한 토론자는 조성은 이로운넷 ESG연구소장(전 여성가족부 국장)이었다.
조 소장은 "노란봉투법은 국내 노동법 이슈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으로 강화되는 공급망 인권실사와 ESG 흐름 속에서 기업이 선제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로도 봐야 한다"며 "결국 공급망 노사관리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현실을 짚었다. 대기업은 법무·인사·ESG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중견기업은 사용자 범위 확대에 따른 책임은 커지는데 관리 인프라는 부족한 '샌드위치' 상황이고, 중소기업은 공급망 관리 실패가 곧 거래 중단이나 계약 해지, 생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경제와 지역경제의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ESG 공시와 공급망 실사가 강화될수록, 실제 부담은 대기업보다 협력업체·지역 중소사업장에 먼저 전가되기 쉽다. 따라서 노란봉투법 대응 역시 단순히 '법률 자문'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까지 포괄하는 공동 대응 체계와 교육·데이터 인프라 지원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조 소장은 구체적 대응 방안으로 ▲근태·급여·시프트 등 객관적 데이터 축적 ▲노사 간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기록 시스템 ▲AI 기반 데이터 관리 ▲법률비용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노란봉투법 대응의 핵심은 '데이터로 기록하고, 그 기반 위에서 소통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터진 뒤 로펌으로 가는 비용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비용이 훨씬 적다"고 말했다.
한국ESG학회가 13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기업법제대응포럼 노란봉투법’을 열고,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의 법적 대응과 공급망 인권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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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갈등의 법'이 아니라 '관계 재설계의 법'이 될 수 있을까
이번 포럼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익숙한 찬반 구도를 넘어, 공급망 인권경영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논의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포럼 전반에서 반복된 메시지는 노란봉투법은 기업에게 부담만 주는 규제가 아니라 원청과 하청의 책임 구조를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하고 노동을 비용이 아닌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 전환은 자동으로 오지 않는다. 초기 현장에서 법률전과 여론전으로만 접근할 경우 갈등은 더 커지고 비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관건은 성실교섭, 예측 가능한 절차, 데이터 기반 관리, 그리고 공급망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다. 노란봉투법이 '갈등의 법'으로 남을지, 아니면 한국형 공급망 인권경영의 첫 제도적 이정표가 될지는 법 조문보다도 현장의 첫 대응이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국ESG학회의 포럼은 향후 거버넌스 투명성과 노사 상생, 기업 자산 보호 등 ESG 경영의 핵심 현안을 주제로 세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과 주제는 다음과 같다.
4월 14일(화): '단체교섭 확대와 'G(지배구조)'의 투명성'
경영권과 노동권의 균형을 중심으로 소상공인이 밀집한 노원 지역에서 열린다. 김선수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와 김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맡는다.
5월 19일(화): '지속가능한 노사 상생'
파트너십 중심의 ESG 경영 전환을 논의하며, 소셜벤처와 패션 산업이 발달한 광진 지역에서 개최된다. 4월 포럼과 동일한 발제 및 토론진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간다.
6월 23일(화): '손해배상 책임 제한과 기업 자산 보호'
합리적 조정안 모색을 주제로 동작 또는 중구에서 열린다. IT·중소기업·제조·하청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노사 관계에서의 법적 책임과 기업 보호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주요 참석자-발제자: 김선수(사법연수원 석좌교수), 김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토론자: 김재현(노무법인 신명 대표), 이승길(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호동(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조성은(이로운ESG랩 소장)
모든 행사는 해당 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상세 일정과 패널 등은 상황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다.
남기창 책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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