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9개월만에 11석… 일본 ‘팀 미라이’ 안노 다카히로 대표
지난 18일 도쿄 참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난 안노 타카히로 팀 미라이 대표. /류정 특파원
“왼쪽이냐 오른쪽이냐가 아니라 ‘미래를 중시한다’는 우리 당의 비전에 공감하는 분들을 공천했습니다.”
지난 2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창당 9개월 만에 비례대표 11명을 당선시키며 돌풍을 일으킨 ‘팀 미라이(未來)’의 안노 다카히로(36) 대표는 공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당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 당은 ‘분열을 조장하지 않는다’ ‘상대를 폄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걸고 출범했다”며 “이런 가치관에 공감하는 분들 중 정치 이력이 없고, 당에 기여할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뭉쳤다”고 했다.
참의원인 안노 대표를 포함한 총 12명의 팀 미라이 의원 평균 연령은 39.7세로, 최연소 의원은 28세다. 이 중 4명은 엔지니어 출신이고, 이 외에도 금융인·컨설턴트·창업가·작가·교직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 의회에 진출했다. 선거 후 팀 미라이의 지지도는 더 올라, 현재 일본 야당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도 세습 정치가 견고하고, 디지털 전환도 더딘 일본 사회에선 이변이다.
팀 미라이는 “테크놀로지로 세상을 바꾼다”는 공약을 내걸고, 본격적인 정치 실험에 나서고 있다. 안노 대표는 도쿄대에서 AI(인공지능)를 공부하고, AI기업을 창업한 뒤, AI 관련 소설을 쓰다가 2024년 도쿄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 당시 신인임에도 56명 후보 중 5위에 올라 ‘엔지니어 출신 젊은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7월 참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지난 18일 안노 대표를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정치에 참여했나.
“일본 정치는 지난 30년간 참여하는 사람이나 제도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 더 넓게 보면 대의민주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300년간 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기술은 10~20년 사이 크게 변하고 있다. AI를 공부하고 관련 창업을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정치 시스템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팀 미라이는 기존 정당과 무엇이 다른가.
“예를 들면, 우리는 정당의 투명성을 중시한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발신하는 것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여러 사람에게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 우리는 어떤 사안에 대해 함부로 단정 짓지 않고, 건설적인 토론을 추구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투명성을 예로 들면, 우리는 당의 수입과 지출을 1엔 단위로 실시간 공개하는 ‘미라이 마루미에(丸見え·훤히 보임) 정치자금’이라는 사이트를 개발했다. 일본 정당 중 처음으로 풀타임 엔지니어를 고용해 팀을 짠 결과다. 또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흡수해 토론의 장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선 초당파 AI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자민당을 포함해 6당 의원 16명이 참여하고 있다.”
실제 팀 미라이의 홈페이지를 보면 당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다. 개인 기부만으로 활동한다는 원칙과 함께 ‘카드 결제 수수료 36엔’ 지출까지 나와 있다. 지난 선거에선 ‘목소리가 닿는 매니페스토’ 코너를 만들어, 유권자가 AI 챗봇을 통해 질문하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AI가 정리한 의견 중 참신한 아이디어는 정책에 반영한다. 당시 안노 대표의 목소리·말투·공약을 학습한 ‘AI 안노’를 개발해 24시간 쉬지 않고 2만5000건의 질문에 대답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일본 중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7일 안노 다카히로(왼쪽에서 셋째)가 미네시마 유야(왼쪽에서 둘째) 중의원 후보 유세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노 다카히로 페이스북
-기술로 사회를 바꾸겠다고 했다.
“결국 AI다. 일단 AI 모델을 만드는 데에는 미국과 중국이 크게 앞서 있다. 이걸 따라잡는 건 포기하는 게 낫다. 일본은 이걸 잘 활용하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해 AI가 더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자율주행이 실현되면, 약 300만명의 운전자가 다른 노동시장에 투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자민당과 다수 야당이 소비세 감세를 공약했는데, 팀 미라이만 그러지 않았다.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소비세는 일본에서 사회 보장을 위한 주요 재원이다. 이건 한번 내리면 다시 올릴 수 없다. 오히려 현역 세대는 소비세보다 사회보험료(건강보험·연금) 부담이 더 크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부담이 높아지는 ‘역진성’이 소비세보다 높다. 그래서 소비세 대신 사회보험료 인하를 주장했다.”
-아직은 소수 정당이다. 정책 실현을 위한 전략이 있나?
“세 가지 전략이 있다. 먼저 우리는 디지털·AI라는 전문성을 살려 국회 토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 둘째는 거대 여당인 자민당의 뜻 맞는 의원들과 협력해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여야가 팽팽한 참의원에선 ‘1표’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이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얼마 전까지 나도 20대였기 때문에 알지만, 선거에 참여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팀 미라이는 적은 수라도 큰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정치에서 30대는 마이너리티다. 하지만 그래서 더 돋보일 수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30~40년 후의 미래에서 직접 당사자다. 그들의 장기적인 시각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나 생각은.
“한국은 몇 번 가본 적도 있고,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서 매우 중요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한국 드라마·영화는 작가의 관점으로 눈여겨봤다. ‘기생충’ ‘부산행’ ‘오징어 게임’ 같은 훌륭한 작품을 통해 친근감을 갖고 있다.”
-머리는 왜 기르는지 궁금하다.
“30대는 왠지 기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20대는 너무 이른 것 같고, 40대는 유지가 안 될 것 같다.”
☞안노 다카히로
1990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일하다 2016년 AI챗봇 기업을 창업했고 2019년엔 SF 소설가로 등단했다. 2024년 5월 팀 미라이를 창당, 그해 7월 참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긴 머리 때문에 여자로 오인받기도 하는데, 그는 인터뷰에서 “30대는 왠지 머리를 기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20대는 너무 이른 것 같고, 40대는 유지가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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