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AI를 배웁니다’, 기술로 사역의 숨통 트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낯선 선교지에서 현지인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선교사에게 가장 높고 아득한 장벽이다. 음성을 분석해 실시간 자막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영상 플레이어를 개발하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 기술이 단순히 언어의 문제를 넘어 지친 목회 현장에 새로운 숨통을 트여줄 수 있음을 직감했다. AI 스타트업 ‘슈퍼런’을 운영하는 이석진(38) 대표의 신간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AI를 배웁니다’(두란노)는 기술의 최전선과 목회의 본질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서울 용산구 두란노서원에서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한국 목회자의 ‘촘촘한 하루’를 정면으로 짚었다. 새벽기도로 하루를 열고 말씀을 준비하고 성도를 심방하며 행정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면 온전히 묵상할 시간조차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대표는 “설교 하나를 위해 수백 권의 주석을 뒤적여야 하지만 시간은 늘 부족하다”며 “가족을 돌볼 시간도 없이 사역에 매진하는 목회자들의 고충과 외로움을 AI가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 이석진 대표
본격적인 기술 시대를 맞이한 목회자들을 위해 집필된 이 책은 AI를 읽고 해독하는 ‘리터러시’ 교육부터 목회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전 프롬프트(명령어) 작성법까지 상세히 담아냈다. AI가 목회자의 영성이나 성품을 대체할 순 없지만, 빠르게 ‘초안(드래프트)’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활용해 줄인 시간만큼 사역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제안이다. 이 대표는 “말씀 준비에 드는 물리적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목회자는 정작 사람을 만나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본질적인 일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다”며 “AI는 본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돕는 도구”라고 역설했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교회학교 자료 부족과 280만 이주민 시대라는 변곡점에서 AI는 강력한 선교 병기가 된다. 언어 장벽이 높았던 다문화 현장에서 AI의 실시간 동시통역 기능은 큰 힘이 되며, 인력 부족으로 고심하는 교회학교 공과 자료나 성경 퀴즈 역시 AI를 통해 맞춤형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
강단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한 기술적 대안도 제시됐다. 기술의 진보가 목회자의 정체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구글의 ‘노트북 LM’을 언급하며 “목회자가 직접 신뢰할 수 있는 설교 원고나 논문을 AI에 올리면, AI는 오직 그 데이터 안에서만 답변을 생성하고 출처를 밝힌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석학의 논문을 15페이지 보고서로 요약해주는 ‘딥리서치’ 기능 등은 말씀의 질은 높이되 시간은 아껴줄 핵심 노하우다.
건강한 활용을 위한 윤리적 제언도 잊지 않았다. 최근 10대들이 AI를 상담 창구로 삼는 현상에 대해 그는 “복음의 맥락이 빠진 AI의 답변은 성도들을 본질에서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며 교회의 윤리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목회자는 AI가 줄 수 없는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AI를 사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불안감을 넘어 이를 복음 전파의 기회로 마주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변하는 기술을 배워 변하지 않는 복음을 더 잘 전하는 목회자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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