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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천당제약, 사실 관계만 말해 줬다면 어땠을까 [줌인IT]

작은 제약회사가 담대한 꿈을 꾼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국내 중견 제약사가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응원받아 마땅하다. 먹는 비만약, 먹는 인슐린. 글로벌 제약사들이 모두...

삼천당제약, 사실 관계만 말해 줬다면 어땠을까 [줌인IT]

작은 제약회사가 담대한 꿈을 꾼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국내 중견 제약사가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응원받아 마땅하다.

먹는 비만약, 먹는 인슐린. 글로벌 제약사들이 모두 도전하는 경구 투여 기술에 삼천당제약의 기획은 분명 대담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설렘이 의혹으로 바뀌었다. 이젠 삼천당제약이라는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황제주’가 아니라 ‘황천당’이 됐다.

삼천당제약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없다는 게 아니다. 말이 현실을 너무 앞질러 달려나갔다는 점이 문제다. 2020년 IR 자료에서 회사는 연평균 매출 1878억원, 영업이익 1365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밋빛 숫자였다.

그러나 2024년에는 자료를 통해 영업이익 805억원을 전망했지만, 지난 2025년 실제 수치는 84억원에 그쳤다. 전망치의 10분의 1 수준이다. 비만약과 인슐린 개발 로드맵도 마찬가지다. 2021년 IR 자료에서 먹는 인슐린에 대해 ‘올해 안 허가 임상 착수 예정, 2025년 판매 예상’이라고 했다.

2024년이 되자 ‘2분기 임상 진행, 2027년 3분기 제품 판매 목표’로 바꿨다. 꿈의 크기는 그대로였고 시점만 반복해서 밀렸다. 이것을 업계에서는 ‘선 전망, 후 임상’ 관행이라 부른다. 임상도 시작하기 전에 계약 규모와 판매 수익을 숫자로 공표하는 방식이다.

올해 1월 IR 자료에는 임상 신청도 못 한 먹는 인슐린에 대해 “글로벌 톱10 제약사와 계약금·마일스톤 5000억~1조원, 10년간 계약 규모 약 30조원 협의 중”이라는 추정치를 적시했다. 협의 중인 미래 수치를 마치 기정사실처럼 포장한 것이다.

올해 2월 삼천당제약은 유럽 11개국과 5조3000억원 규모의 독점 판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폭등했지만 곧 균열이 생겼다. 실제 공시에서 확인된 확정 금액은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쳐 3000만유로, 약 508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의 5조3000억원과 공시상의 508억원의 간극은 단순한 해석 차이가 아니었다. 회사 측은 파트너사와의 이익 배분 구조와 장기 예상 수익을 반영한 정당한 수치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미실현 미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이례적인 산정 방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4월에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도 핵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약효의 핵심인 인체 약동학(PK) 데이터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자 “나중에 자료를 드리겠다”며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말로만 기술력을 과시한 셈이다.

반복이 쌓이면 불신이 된다. 삼천당제약이 처음 이런 행보를 보인 게 아니라는 점이 더 문제다. 2021년에는 먹는 인슐린 2000억원 투자 유치 보도 이후 ‘협의 중’이라는 미확정 공시를 20여 차례 반복하다가 2024년에야 협의 중단을 알렸고, 먹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투자 협의도 반복된 미확정 공시 끝에 무산됐다.

결국 거래소도 나섰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또는 예측 공정공시 미이행’을 이유로 삼천당제약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5점을 부과했다.

삼천당제약의 기술력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에 사용되는 ‘스낵(SNAC)’ 제형 특허를 우회하는 독자적 약물전달 플랫폼 S-PASS를 개발 중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국내 중소 제약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야심 찬 도전 중 하나다.

먹는 비만약, 먹는 인슐린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제약 역사에 남을 혁신이다. 작은 회사가 그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는 것은 분명 칭찬받아야 할 용기다. 그러나 용기는 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

임상 1상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에 ‘30조원 계약 협의 중’이라는 숫자를 IR 자료에 버젓이 올리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과장이다. 확정되지 않은 계약 규모를 100배 부풀려 보도자료로 뿌리는 것은 홍보가 아니라 시장 기만이다.

만약 삼천당제약이 “약물전달 기술 개발 중이고, 전임상 결과는 긍정적입니다. 임상 1상 결과를 보고 판단해 주십시오”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주가가 4개월 만에 10배 넘게 폭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반토막이 나며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피눈물을 흘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삼천당제약이라는 이름이 불신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내 바이오 시장은 임상 데이터나 실적 검증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기대감이 먼저 주가를 밀어 올리는 종목들이 나타나면서 바이오텍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도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천당제약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도전은 아름답지만 도전의 과정을 꾸미면 실패했을 때 도전 자체가 사기로 읽힌다. 삼천당제약이 진짜로 세계를 바꿀 먹는 비만약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데이터를 공개하고 임상 결과로 말하면 된다. 숫자로 쓰여진 신뢰를 회복한다면 삼천당제약은 우여곡절을 겪다 다시 일어선 굴지의 국내 제약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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