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프라를 단일 플랫폼으로 집약하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선택은 그 흐름 속에서 나온 결정이지만 무게가 다르다. 수십만 명 규모의 전 세계 임직원이 쓰는 개발 환경을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단순한 IT 효율화가 아니다. 반도체 설계부터 AI 개발까지 이어지는 핵심 엔지니어링 파이프라인의 보안 기반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오픈소스 자바 배포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오라클 상용 구독을 택한 것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와 미션 크리티컬 워크로드의 안정성을 비용보다 앞에 놓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오라클이 삼성전자의 오라클 자바 SE 유니버설 서브스크립션 도입 사실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전사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오라클 자바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IT 운영 효율화와 보안 강화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글로벌 인력 규모에서 비롯된 관리 복잡성이 있다. 전 세계에 수십만 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마다 다른 자바 버전과 배포판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라이선스 컴플라이언스 관리와 보안 패치 적용에 상당한 운영 부담을 안고 있었다. 자바 SE 유니버설 서브스크립션은 이 문제를 단일 구독 체계로 해소하는 구조다.
오라클 자바 SE 유니버설 서브스크립션은 온프레미스 서버부터 컨테이너, 클라우드 환경까지 모든 자바 배포를 하나의 콘솔에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이다. 분기별 중요 패치 업데이트(CPU)와 긴급 번들 패치 릴리스(BPR)를 통해 지원되는 모든 JDK 버전에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하며 24시간 365일 오라클 기술 지원이 포함된다. 오픈소스 기반의 OpenJDK 배포판 대비 체계화된 패치 주기와 공급망 전반의 취약점 모니터링이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에서 특히 민감하게 작동하는 영역은 반도체 개발이다. 미션 크리티컬한 반도체 설계 공정은 개발 환경의 안정성과 보안 패치 적시성이 직결된다. 오라클의 자바 관리 서비스(JMS)는 구형 JDK를 포함한 전사 자바 자산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서드파티 라이브러리의 취약점까지 추적해 보안 사각지대를 줄여준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은 이 체계를 통해 최신 보안 패치를 신속하게 적용받고 오라클 자바 전문가 조직의 기술 지원도 이용할 수 있다.
사진=회사제공
삼성전자 AI센터 이근호 부사장은 "자바 SE 유니버설 서브스크립션 도입으로 내부 엔지니어링 조직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표준화된 개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오라클 자바와의 협력을 통해 운영 위험을 최소화하고 라이선스 관리를 간소화하여 지속적으로 혁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오라클의 자바 유료화 전략과 맞물린 대형 레퍼런스 확보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오라클은 2023년 자바 라이선스 정책을 전면 개편해 임직원 수 기반의 구독 모델로 전환했고 이후 기업들의 자바 비용 급증 문제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적지 않은 기업이 오픈소스 배포판인 아마존 코레토나 Adoptium 등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오라클 상용 구독을 선택한 것은 보안·컴플라이언스 요건이 비용 최적화보다 우선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마이크 링호퍼 오라클 글로벌 자바 비즈니스 부문 수석 부사장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자바 플랫폼의 확장성과 안정성을 누리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그 중 하나"라며 "오라클 자바로 삼성전자 엔지니어링 팀의 반도체 기술 혁신을 지원하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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