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TV 사업이 인공지능(AI)과 플랫폼에서 새 수익원을 찾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만으론 수익성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TV를 한 번 팔고 끝내는 사업이 아닌 광고, 콘텐츠, 운영체제(OS) 등을 통해 반복 매출을 만드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다만 AI TV가 소비자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만큼 뚜렷한 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타이젠OS'와 '삼성 TV 플러스'가 하드웨어 마진 감소를 메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화질 경쟁 이후 AI로 차별화 시도…구매 기준 바꿀까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TV 사업에서 AI와 플랫폼 경쟁력을 핵심 성장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TV 시장은 성숙기에 들어섰고 중국 업체들은 대형 TV와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앞세워 가격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더 큰 화면과 더 좋은 화질만으로 프리미엄 가격을 방어하기 어려워지면서 삼성전자는 제품 판매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내세운 카드는 AI TV다. 삼성전자는 올해를 'AI TV 대중화 원년'으로 선언하고 국내 출시 TV 신제품의 99%에 AI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제품에 국한됐던 AI 기능을 보급형 제품까지 넓혀 TV 전반의 기본 사양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마이크로 적녹청(RGB),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등 프리미엄 라인업뿐 아니라 올해 새롭게 추가된 미니 LED와 초고화질(UHD) 제품까지 AI 기능 적용 대상에 포함한다.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핵심 기능은 자체 AI 플랫폼 '비전 AI 컴패니언'이다. 사용자가 TV를 시청하는 도중 콘텐츠와 관련된 질문을 하면 음성 명령을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내용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AI 기반 영상·음향 기능도 강화했다. 'AI 축구 모드 프로'는 경기 장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질을 조정하고 공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표현한다. 'AI 사운드 컨트롤 프로'는 영상 속 대사, 배경음, 효과음을 구분해 자동으로 음향을 조정한다. 저해상도 영상을 고화질로 바꾸는 AI 업스케일링 기능도 제품군 전반에 적용한다.
삼성전자 모델이 ‘AI 축구 모드’가 적용된 2026년형 ‘마이크로 RGB’ TV를 체험하고 있다. / 사진 제공=삼성전자
하드웨어 사양이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춘 AI 기능을 차별화 요소로 앞세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AI가 TV 구매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현재 단계에서 AI는 독립적인 수익모델이라기보다 TV 제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보조 수단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스마트폰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검색, 통역, 사진 편집, 문서 요약 등 비교적 직관적인 사용처가 생기고 있다. 반면 TV에서는 AI 기능이 화질 보정, 음향 최적화, 콘텐츠 추천 등 기존 스마트 TV 기능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여러 시장조사기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TV 구매시 화질이나 크기,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부분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기능만으로 "더 비싼 TV를 사야 한다", "삼성 TV를 사야한다"는 판단을 이끌어내기에는 사용 경험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말이다.
타이젠·FAST, 콘텐츠 경쟁력·빅테크 경쟁까지 '험로'
삼성전자가 힘을 쏟는 또 다른 축은 '타이젠 OS'다. 타이젠은 삼성 TV에 탑재되는 자체 운영체제로 앱, 콘텐츠, 광고, 기기 연결 서비스가 작동하는 기반이다. AI TV가 제품 차별화 수단이라면 타이젠은 TV 판매 이후 매출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이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판매한 TV가 많을수록 타이젠 기반 이용자 접점도 늘어난다. 사용자가 TV를 켤 때마다 홈 화면, 콘텐츠 추천, 앱 이용, 광고 노출 등에서 수익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하드웨어 이후의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타이젠 위에서 작동하는 대표 서비스가 '삼성 TV 플러스'다. 삼성 TV 플러스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다. 사용자는 별도 구독료 없이 채널형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삼성전자는 광고 매출을 얻는다. 타이젠이 운영체제라면 삼성 TV 플러스는 해당 운영체제 위에서 돌아가는 콘텐츠 서비스라 보면 된다.
그러나 플랫폼 수익화 역시 넘어야 할 장벽이 크다. TV OS 시장은 이미 글로벌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의 격전지다. 구글 TV, 애플 tv OS, 아마존 파이어 TV, 로쿠 등은 앱 생태계와 콘텐츠 유통, 광고 사업에서 기반이 확실하다. 타이젠은 삼성 TV 판매량을 바탕으로 한 하드웨어 기반에는 강점이 있지만 외부 개발자 생태계와 콘텐츠 장악력 측면에서는 빅테크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
/ 사진 제공=삼성전자
TV라는 기기의 사용 특성도 한계다.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쓰는 개인 기기지만 TV는 주로 특정 시간대에 가정 안에서 이용하는 기기다. 앱 결제 규모와 사용 빈도도 스마트폰보다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OS를 보유했다고 해서 스마트폰 플랫폼처럼 수수료 수익이나 앱 생태계 매출이 빠르게 커지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타이젠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제한된 TV 시청 시간 안에 광고와 콘텐츠 소비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삼성 TV 플러스의 경우 콘텐츠 경쟁력이 핵심 변수다. 콘텐츠 매력이 약하면 이용자가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 대형 서비스가 이미 시청 시간을 장악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FAST 채널을 찾게 만들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광고 단가와 시청 시간, 콘텐츠 확보 비용이 함께 맞물리는 사업인 만큼 TV 판매량이 많다고 곧바로 높은 이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광고 수익화는 프리미엄 TV 고객 경험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딜레마가 있다. 삼성전자는 고가 TV를 판매하면서 동시에 홈 화면과 콘텐츠 서비스에서 광고 수익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수백만원대 프리미엄 TV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광고 노출이 늘어나면 브랜드 경험이 훼손될 수 있다. 비싼 돈을 내고 TV를 샀는데 또 광고를 시청해야하냐는 반발이다. 광고를 늘리면 단기 매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도한 광고는 프리미엄 제품 이미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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