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연합뉴스
경찰이 전국 경찰서장 절반을 전격 교체하는 하반기 총경 인사를 단행했다. 수사·감사 등 핵심 보직에는 연고지 근무를 원천 배제하는 ‘향피제(鄕避制)’를 전면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총경급 경찰서장 242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8명이 새롭게 자리를 옮겼다. 주요 경찰청 청문감사 인권담당관과 핵심 수사과장에 이르기까지, 지연과 학연으로 얽힌 온정주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특히 전국 18개 경찰청의 수사심의 과장을 총경급으로 채워 지휘·관리 체계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조선시대 관리가 출신지나 친인척의 연고지에 부임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향피제는 공직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엄정한 제도적 장치였다. 현대 치안 현장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물며 형성된 연고 중심의 근무 구조는 늘 토착 세력과의 부적절한 유착이나 ‘제 식구 감싸기’를 낳는 고질적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인사가 광역 단위는 물론 기초지자체급 인사권역 단위까지 향피제를 촘촘히 적용해 지휘 라인을 전면 재배치한 것은 구조적 유착을 청산하겠다는 결단으로 보여진다.
권한 조정에 이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경찰의 위상과 역할이 뿌리부터 재편되는 시점이다. 수사의 무게중심이 경찰로 대거 이동한 만큼, 경찰이 짊어져야 할 권한과 책임의 무게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졌다.무엇보다 경찰은 향후 각종 사건 수사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욱 확보해야 한다. 그간 잇달아 불거진 부실수사 논란을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수사 지휘 역량의 고도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국 경찰청의 수사심의계를 총경급 부서로 격상하고 산하에 수사협력계를 신설한 것은 올바른 방향성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의 방점을 ‘전문성’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둔 점 또한 바람직한 변화 중 하나다. 수사부서와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은 물론 여성청소년·여성안전 부서에 해당 분야의 실무 경력과 역량을 최우선 기준으로 인력을 배치했다. 범죄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사회적 약자를 노린 범행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이다.
조직의 진정한 쇄신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엄정한 인사와 견고한 제도 개혁에서 출발한다. 이번 대규모 인적 쇄신과 향피제 전면 도입은 경찰이 ‘권한만 비대해진 조직’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전남광주 지역민을 비롯해 전 국민은 경찰이 이번 인사를 통해 쇄신의 도약대 삼아 그동안 토착 유착의 낡은 잔재를 온전히 털어내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향피제가 보여주기식 그치고 그간의 적폐가 다시 되풀이 된다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 깊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사설]‘향피제’ 도입한 경찰, 토착 유착 뿌리 뽑아야
[인사] 전남경찰청
[인사] 광주경찰청
[사설] 호남 반도체 전력망, 한전은 재무 타령만 할 것인가
김동수의 나눔톡톡〉사람을 살리려는 마음이 더 앞서야 한다
기고·이강열〉기계와 반도체, 연결이 미래산업의 경쟁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