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근우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
평화정책은 오랫동안 남북관계의 흐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다. 화해 국면에서는 교류가 확대됐고, 긴장이 고조되면 협력은 중단됐다. 그러나 평화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다. 정권의 변화나 남북관계의 부침에 좌우되어서도 안 된다. 평화는 제도와 조직, 시민의 참여와 국제협력을 통해 지속해 축적되는 도시의 역량이다.
필자는 지난 4월 '평화는 구조다'라는 글에서 평화는 선언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그 구조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 해답이 바로 '인천 평화 이니셔티브'다.
인천은 평화를 도시전략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 접경지역이면서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춘 국제관문도시다. 송도의 국제기구와 글로벌캠퍼스를 기반으로 국제협력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여기에 남북교류협력의 경험까지 축적했다.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협력 기반, 남북교류 경험을 함께 갖춘 도시는 국내에서 인천이 사실상 유일하다.
그런데도 평화정책은 도시의 미래전략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남북관계와 정치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조직도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평화정책은 개별사업으로 이어졌지만 도시의 장기 발전전략으로는 정착하지 못했다. 이제는 남북교류협력 중심의 접근을 넘어 평화를 도시 발전전략으로 통합하는 새로운 정책 프레임이 필요하다.
민선 9기 평화정책은 평화를 개별 사업이 아닌 도시 운영의 원리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의 지정학적 특성과 국제도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인천 평화 이니셔티브를 새로운 도시 비전으로 제시해야 한다.
인천 평화 이니셔티브는 남북교류협력 중심의 기존 정책을 넘어 평화를 도시의 경쟁력으로 확장하는 인천형 평화정책의 새로운 비전이다. 평화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접경지역을 긴장의 공간이 아닌 기회의 공간으로 전환하며, 국제협력과 공공외교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세계 도시들의 경쟁력은 더 이상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제협력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 지속가능성 그리고 평화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도시의 경쟁력으로 전환하느냐가 미래를 좌우한다. 국제공항과 항만, 접경지역이라는 차별화된 자산을 가진 인천은 동북아 평화협력의 허브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평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준비된 도시만이 평화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인천 평화 이니셔티브는 그 준비를 위한 도시의 새로운 설계도다. 그러나 설계만으로는 평화도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을 지속해 추진할 제도와 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구와 정책이 축적될 기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평화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을 구축해 정책의 연속성과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인천연구원은 평화·협력 분야의 전문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정책개발과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인천의 평화정책이 정권과 남북관계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연구가 함께 축적되는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이제 인천은 평화를 기다리는 도시가 아니라 평화를 설계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민선 9기가 시작해야 할 평화시정이다. 정권이 바뀌고 남북관계가 흔들려도 지속될 수 있는 제도와 연구 기반을 갖출 때 인천 평화 이니셔티브는 도시의 미래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때 비로소 인천은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 국제평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남근우 인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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