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아이비 제공 자료
그룹아이비(Group-IB)가 북한 연계 IT 인력 조직이 인공지능과 가짜 신분을 활용해 글로벌 기업의 원격 채용 절차를 통과하고 내부 접근권한을 확보하려 한 정황을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수법은 외부 침투형 해킹과 달리, 정상적인 채용 과정을 가장해 조직 내부로 들어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채용·신원검증 체계 전반에 새로운 경고를 던지고 있다. Group-IB는 4월 8일 공개한 보고서 ‘북한 IT 근로자의 발자취를 따라서’에서 이 같은 활동을 최소 2021년부터 2026년 3월까지 추적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합성 신원과 재가공한 개발자 이력, AI 기반 입사지원 문서, 디지털 포트폴리오, 프리랜서 플랫폼 계정 등을 조합해 실제 개발자처럼 보이도록 위장했다. Group-IB는 깃허브, 포트폴리오 사이트, 이메일, 프리랜서 마켓플레이스 전반에서 연결된 가짜 개발자 페르소나 생태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술 경력과 프로젝트 이력은 유지한 채 이름, 국적, 거주지 등 개인 정보만 바꿔 여러 신원으로 재활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단순한 허위 이력서 수준을 넘어, 위장 취업 공작이 상당히 체계적으로 운영됐다는 점이다. Group-IB는 신분 제작 자료, 입사 지원서 양식, AI로 만든 답변 예시, 계정 접속 정보가 함께 담긴 아카이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별 행위자의 산발적 시도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절차와 도구를 갖춘 운영 체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들은 업워크(Upwork) 같은 프리랜서 플랫폼에서 신뢰도 높은 계정을 확보하거나 재사용해 채용 장벽을 낮추려 한 것으로도 분석됐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 정상적인 이력과 활동 흔적이 보이기 때문에, 기존 인사 검증 절차만으로는 허위를 걸러내기 어려울 수 있다. Group-IB는 생성형 AI가 지원서 작성과 고용주 응답 과정에 실제로 활용된 증거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위협은 정보보안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북한 연계 인력을 무심코 채용한 기업은 국제 제재 위반, 규제 준수 실패, 내부 정보 노출, 대외 신뢰도 하락 같은 복합 리스크에 동시에 노출될 수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최근 북한 IT 인력 활동이 미국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로 확산하고 있으며, 원격근무와 글로벌 채용 구조 자체가 새로운 안보 취약점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안은 “북한 해커가 시스템을 뚫는다”는 기존 인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격자는 기술적 취약점이 아니라 채용과 신원확인, 원격근무 운영, 협업 계정 발급 절차를 노리고 있다. 기업 보안팀뿐 아니라 인사팀, 법무팀,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함께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Group-IB는 관련 플랫폼과 파트너사에 조사 결과를 공유했으며, 해당 캠페인에 대한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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